[쿠키 지구촌]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시를 바친 시인 쾀 도우스(52)가 김연아(24)보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의 헌정시를 먼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우스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소트니코바를 떠올리며 작성한 시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다. 도우스는 “도약하고 착지할 때마다 날은 매끄럽게 빙판으로 내려앉는다 / 음악과 더불어 안전하게 발레 동작으로 연결된다 / 누군가는 실패와 엉덩방아 등을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 경기장엔 전운이 감돈다 / 소트니코바가 무결하지는 않았지만 착지한 순간의 흔들림에는 인간적인 부분이 있었다 / 소트니코바가 경기를 마무리할 때 희고 단단한 얼음은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 됐다”고 적었다.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찬사보다는 실수 등에서 드러난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소트니코바에게 밀려 은메달을 차지한 김연아에게는 이보다 사흘 뒤인 23일에 시를 바쳤다. 부담을 덜어낸 김연아의 홀가분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도우스는 “김연아에게 / 그녀는 모든 게 끝나 이제 행복하다고 했다. 금메달을 놓치고도 / 모두가 우승을 빼앗긴 것이라고 소란을 피워도 / 그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 홀가분했으리라 나는 믿었다 / 여왕이 지고 있던 무거운 바위들 / 수년간 그녀가 견뎌야 했던 내면의 질투, 분노, 경외, 두려움 / 이 모든 게 이제 끝났다고 / 홀가분하고 기쁘고 평안하다고 /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행복했고 그녀를 믿었다 / 이제 그녀는 스케이트 부츠를 벗고 땅에 발을 딛는다 / 경기장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져 간다”고 했다.
당초 우리나라에서는 도우스가 김연아의 헌정시만 작성했다는 오해를 낳았다. 소트니코바에게 시를 먼저 바친 것으로 바로잡히면서 일부 네티즌은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다수는 도우스의 아름다운 표현에 감탄하며 호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네티즌들은 25일 “마치 김연아에게 물어보고 쓴 시처럼 보인다”거나 “떠나는 김연아를 바라보는 대중의 아쉬움을 잘 표현했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