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서 발생한 70대 노인 살인 사건은 동갑내기 이웃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경찰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자해소동을 벌인 게 화근이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노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A씨(7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전 마포구 염리동의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집주인 B씨(75·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A씨가 범행 후 B씨가 화재로 숨진 것처럼 위장할 목적으로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현관에서 속옷 차림으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된 B씨의 시신 얼굴과 머리, 몸에 누군가로부터 심하게 맞은 흔적이 있었으며 부검 결과 사인이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다.

A씨는 재개발사무소에서 B씨와 알게 돼 친하게 지냈으며 고인이 숨진 전날 밤 함께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동네의 한 카페에서 지인에게 자신이 B씨를 살해했다고 말한 정황이 포착돼 참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그러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어 사건 발생 닷새 만인 25일 오전 8시쯤 ‘경찰을 사칭해 집을 찾아온 괴한에 흉기로 찔렸다’며 112에 신고했다. 실제로 그는 복부에 길이 2㎝의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살인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감식한 결과 A씨의 DNA와 일치한 점 등을 바탕으로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잇단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A씨가 시간을 벌기 위해 자해한 것으로 보고 그가 퇴원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