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를 입은 미국의 여대생이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가해자에게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6일(현지시간) CNN과 유니버시티헤럴드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코네티컷주 미들타운의 웨슬리안대 1학년생인 캐브리 체임벌린은 지난해 5월 대학 연합 동아리 파티에서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여러 명의 학생이 술에 취한 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체임벌린은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에 가 진단서도 뗐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목격자들이 증인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주장만 있을 뿐 성관계의 강제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는 상태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대학 당국은 이 사건을 내사하고 가해자에게는 퇴학, 사교 클럽과 회원들에겐 징계 처분을 내렸다.
체임벌린은 “앞으로 나 같은 피해자가 더 나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최근 가해자인 크와메 치홈보리-콰오라는 학생과 사교클럽을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미국 법조계 전문 매체인 코트하우스뉴스에 따르면 체임벌린이 요구한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액은 1000만달러(108억원)다. 배상 청구액보다 더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피해자가 자신의 신상 공개를 언론에 요청한 점이다. 미국에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론이 성폭행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지만 피해자가 원하면 실명을 공개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체임벌린은 변호사를 통해 성명을 내고 “‘제인 도’라는 가명 대신 실명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잔혹 범죄의 피해자로서 잘못한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체임벌린의 용기 있는 행동이 아직도 성폭력을 쉬쉬하는데 급급한 미국 대학 문화에 변화를 몰고 오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이다.
백악관 여성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각종 유형의 성폭력을 경험하는 여학생이 5명 중 1명 꼴이지만, 피해를 신고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연방정부는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특별대책반을 구성키로 하는 등 캠퍼스 성폭력 근절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