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칠레 국립지진센터(CSN)에 따르면 진앙은 칠레 북부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인 이키케에서 북서쪽으로 99㎞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은 해저 10㎞ 깊이다. 지진 발생 45분 만에 북부 해역에서 최고 1.9m 높이에 달하는 쓰나미가 발생했다고 미국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가 밝혔다.
칠레는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연간 200만 번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하지만 8.0 규모 이상의 강진은 연간 1번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칠레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남미와 북미 해안, 태평양 건너 일본,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등을 연결하는 고리 모양의 화산대로 육지, 해저를 가리지 않고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때문에 이 지역들은 ‘불의 고리(Rings of fire)’로 불린다.
지질학 이론인 ‘판 구조론’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각을 덮는 판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다른 판들과 충돌하는 부분에 위치해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했다.
이번 지진도 위력적이었지만 비교적 신속한 대피 덕에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흐무드 알레우이 칠레 내무장관은 “이키케 등지에서 남성 4명, 여성 1명이 벽에 깔려 죽거나 심장 발작으로 숨졌다”며 “그 이상의 인명 피해나 기반시설 붕괴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랜만의 강진에 칠레 시민들은 밤새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대피소나 안전한 고지대로 가기 위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교통이 마비됐다. 일부 건물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알레우이 내무장관은 “이키케 감옥에서 300명의 여성 수감자가 탈출했다”며 “약탈 방지를 위해 특수부대를 출동시켰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떠난 지역은 ‘유령도시’처럼 황량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지진은 인근 도시와 수백㎞ 떨어진 페루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쓰나미 올까 예의주시=지진보다 무서운 건 쓰나미다. 1960년 5월 칠레 남부해안에서 역대 최강인 9.5 규모의 지진이 발생, 1600명이 숨졌고, 2010년 2월에도 서부해안에서 8.8 규모의 강진으로 500명이 희생됐다. 지진 발생지점은 해안이었지만 이후 발생한 쓰나미가 건물 붕괴를 유발시켜 피해를 키웠다. 2004년 12월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무려 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때문에 태평양 연안에 접한 페루, 에콰도르, 미국부터 일본, 뉴질랜드까지 쓰나미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였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쓰나미가 밀려온다면 3일 오전 6시쯤 홋카이도 등에 가장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