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엽)는 11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의붓딸 A양(사망 당시 8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계모 임모(36)씨에게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A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친부(38)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숨진 A양의 친언니인 B양(12)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그러나 부검감정서에 사망원인이 ‘한 차례의 강한 충격에 있었다’고 나오는 점으로 미뤄 무차별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8월 14일 경북 칠곡에 있는 집에서 A양의 배를 발로 마구 차 장간막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의 상해치사와 단독 아동학대 혐의는 10건, 친부의 단독 아동학대 혐의는 8건이다. 이들에게 함께 적용된 혐의도 4건이다. 검찰은 지난 3월 “계모의 협박 때문에 동생을 때렸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는 B양의 진술에 따라 임씨와 B양의 공동범행에서 임씨의 단독범행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임씨에게 상해치사 최고 형량인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검찰 구형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에게도 검찰이 구형한 징역 7년의 절반 수준으로 형량이 정해졌다.
같은 날 울산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정계선)는 같은 혐의(상해치사)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아이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심각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복합적인 사회 문제에서 비롯돼 피고인에게만 극형을 처하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기소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훈육 목적이 아닌 자신의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폭행했고 학대의 원인을 아이에게 전가했다. 반성의 기미나 진정성이 없어 죄질은 극히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이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렸다. 이양은 부러진 뼈가 폐에 찔려 숨졌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숨진 의붓딸의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이 살인을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간 부착을 청구했다.
여론은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구지법 앞에서는 임씨의 사형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대구지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인들의 범행에 비해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다. 검찰이 제대로 추가조사해 항소심에선 죄명을 바꿔야 한다. 검찰이 반드시 항소해야 한다”며 “일본 등 외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에서 예외 없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무기·종신형에 처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는 두 계모에게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로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줄을 이었다. 형량이 가볍다는 점과 항소 과정에서 형량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항소를 통해 형량을 줄이려 할 수 있다” “칠곡 계모의 경우 10년 뒤 출소하면 큰딸은 22세의 작지 않은 나이에 다시 만날 수 있다” “범죄의 잔혹성을 감안하면 형량을 관대하다” “외국의 살인범을 한국으로 수입하는(불러 들이는) 판결” 등 형량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최고 형량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이 시작됐다.
“딸을 학대해 살해하고 다른 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부모가 고작 징역 10년형을 받는다면 법이 아동학대와 살인을 방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거나 “미국은 아동 성폭행범에게 징역 240년을 선고하는데 한국은 부모가 딸을 학대하고 죽여도 징역 10~15년 수준”이라며 법원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입양가정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를 입양한 전국의 모든 어머니들을 슬픔에 잠기게 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말해 다른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