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지역 크림자치공화국과 같을까? 다를까?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크림자치공화국과 같을까? 다를까?

기사승인 2014-04-16 22:36:01
[쿠키 지구촌]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는 크림자치공화국처럼 러시아의 시나리오일까.

러시아는 지난달 1일부터 21일까지 단 22일 동안 별 다른 무력 사용 없이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데 성공했다. 크림 내 친러 시위대의 독립 선언→러시아 평화유지군 파병 요청→러시아 편입 위한 주민투표→러시아와의 병합 수순이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친러 시위대의 독립 선언 단계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국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 크림처럼 같은 수순으로 전개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한 데는 역사적·전략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동부지역의 경우 러시아가 개입 명분을 찾기 힘들 거란 이유에서다.

크림은 구소련의 영토였다가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자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됐다. 이 때문에 크림에는 러시아계 주민이 58%로 과반이 넘는다. 병합 찬성률도 96%나 됐다. 러시아가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크림을 손쉽게 차지한 배경이다. 아울러 부동항(不凍港)을 가진 크림은 국익 측면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전략요충지였다. 오랫동안 흑해함대가 주둔해왔기에 군 개입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동부지역은 러시아계 주민이 도네츠크는 38%, 루간스크 39%, 하리코프 26% 정도로 많지 않다. 군 개입 명분도 별로 없다.

토니 브랜튼 전 주러시아 영국대사는 BBC방송에서 “동부지역은 역사적으로나, 인구학적인 면에서 크림과 상황이 판이하다”며 “크림보다 지역이 크고, 친러 주민은 오히려 적다. 병합하기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단언컨대 러시아가 크림 때처럼 동부지역에서 똑같은 일을 벌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당국자는 로이터에 “동부지역 무장 세력은 잘 훈련된 군인처럼 능숙하게 주청사 등을 점거했다”며 러시아가 보낸 군인들 같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서방국가의 군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들을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동부지역 접경부근에서 러시아군이 비밀리에 군사작전을 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슬라뱐스크를 점령한 무장 세력은 코카서스 산맥 일대에서 활동하며 단순히 러시아를 추종하는 극우 세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기 위해 동부 사태에 러시아가 개입됐다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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