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이 사고 직후 아버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사진에는 기울어진 선체 안 복도 한 켠에 등을 기댄 채 구명조끼를 입고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터넷에서는 “저렇게 말 잘 듣는 아이들에게는 선실 대기를 하라고 해놓고 선장 일행은 탈출했을 상황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은 21일 오전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편집국장 브리핑 코너를 통해 ‘아이들이 불쌍해서 미치겠다’는 제목으로 보낸 기사에 첨부돼 있다.
시사인 이숙이 편집국장은 기사에서 “현장 기자가 실종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사고 직후의 카카오톡 사진”이라며 “초점이 흔들린 이 사진에는 복도로 나온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나란히 누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에 불도 켜 있는 걸로 보아 물이 들어오기 전 모습”이라고 전했다.
사진 속에는 승객들이 한 줄로 구명조끼를 입고 가만히 복도에 등을 기대고 서있다.
이 국장은 기사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을 철석같이 믿고 따른 아이들은 그렇게 천금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며 “그사이 선장과 일부 선원은 앞 다투어 배를 빠져나갔고….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 무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조차 혼란스럽다”고 한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실종 학생이 가족에게 보내온 사진은 인터넷 곳곳으로 확산돼 나가고 있다. 이 국장의 기사는 오후 3시 현재 페이스북 ‘좋아요’가 7000여건, 리트윗이 460여회 이뤄질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차분하게 선실 대기 안내 방송을 따르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는 것이다. 반면 승객들에게는 선실 대기 안내 방송을 지시해놓고도 자신들만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69) 선장과 조타수 등에게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 선장 일행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9시37분쯤 배를 버리고 탈출해 9시50분쯤 구조됐다. 하지만 선체 안 아이들과 다른 승객들은 ‘안전한 선실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실 대기 안내방송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