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에서 해설가로 변신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스페인 축구가 몰락할 것으로 예견해 화제다. 실제로 월드컵 본무대에서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1 대 5로 참패하자 네티즌들은 이영표 위원의 날카로운 예견이 들어맞았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이영표 위원의 예견은 지난달 22일 KBS 2TV가 방송한 월드컵 특집프로그램 ‘따봉월드컵’에서 나왔다.
이영표 위원은 단호한 목소리로 “2000년도 최고의 국가대표팀은 스페인이 맞다”면서도 “개인적으로 2014년 월드컵은 스페인 축구의 몰락을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축구의 몰락을 예견한 이유에 대해 그는 “스페인의 축구에 이미 많은 팀들이 익숙해졌다”면서 “결국 이젠 상대 팀이 스페인 축구를 알고, 어떻게 수비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표 위원은 스페인과 같은 B조의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어린 선수들이 경험이 없다고 하는데 그들은 미드필더나 수비 쪽에 많고, 네덜란드 ‘빅3’ PSV, 폐예노르트, 아약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탁된 선수들은 어리지만 경험 면에서도 어리다고 볼 수 없다. 이미 많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들은 1~2년 후에 빅클럽에서 뛸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본다면 스페인의 하향세와 네덜란드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 이쯤에서 만나면 네덜란드가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영표 위원은 B조에서의 빅매치를 칠레와 스페인전으로 꼽았다. 이 경기에서조차 스페인이 칠레에게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표 위원의 예상이 황당하게 들렸는지 순간 스튜디오가 술렁였다. 방송 진행을 맡은 조우종 아나운서가 “칠레가 우세할 것으로 확신하시나요?”라고 묻자 이영표 위원은 “6대 4정도로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함께 출연했던 한준희 해설위원은 스페인의 몰락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한준희 위원은 “바르셀로나가 몰락했다고 해서 스페인이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스페인 대표팀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있고 레알 마드리드나 아틀레티코에서 뛰는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몰락이 곧바로 스페인의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준희 위원의 반박에도 이영표 위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주기론’을 내세우며 스페인의 몰락을 재차 강조했다.
이영표 위원은 “이전에 프랑스 축구가 황금기를 거친 뒤 깜짝 놀랄만큼 몰락했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도 모두 그랬다”면서 “항상 축구는 최고시절을 겪은 다음에 암흑기를 거친다. 암흑기는 항상 생각보다 빠르게 오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몰락을 우리는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 위원의 날카로운 예견은 실제로 적중했다.
스페인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살바도르의 아레나 프론테 노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1대 5로 대패했다.
인터넷에서는 하루종일 이영표 위원의 해설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소름 돋는다. 어쩜 이렇게 정확히 맞추지?” “선수출신이라 다소 무시했는데, 이영표 앞으로 멋진 해설가가 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