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에서 승전보를 띄우고 기분 좋게 출발했던 ‘첫판 승리의 공식’이 12년 만에 깨졌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러시아와 1대 1로 비겼다. 이로써 우리 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 16경기 가운데 마지막으로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오는 23일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알제리와 2차전을, 27일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3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1차전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남은 일정은 험난해졌다.
우리나라가 2002 한일월드컵부터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지난 세 번의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던 첫판 승리의 공식도 네 대회 연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2년 6월 4일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대 0으로 격파했다. 당시의 승리는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첫 번째 승리이기도 했다.
거스 히딩크(68·네덜란드)가 지휘하고 홍 감독이 주장을 맡았던 당시 우리 대표팀에서 황선홍(46·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전반 26분 선제 결승골을, 유상철(42·울산대 감독)은 후반 8분 추가골을 넣었다.
4년 뒤에도 첫판에서 승리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6월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트 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토고에 2대 1로 역전승했다. 전반 31분 모하메드 카데르 쿠바자(35·갱강)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9분 이천수(33·인천)의 동점골과 후반 27분 안정환(38·MBC 해설위원)의 결승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첫판 승리의 공식은 남아공월드컵에서도 계속됐다. 2010년 6월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7분 이정수(34·알 사드)와 후반 7분 박지성(33·SBS 해설위원)의 릴레이 골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첫판 승리의 공식은 그러나 브라질월드컵으로까지 넘어오지 않았다.
첫판을 이겼다고 해서 반드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아니었다.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사상 처음이자 유일하게 4강에 올랐고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독일월드컵에서는 첫판을 제외하고 더 이상의 승수를 쌓지 못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첫판의 승리로 조별리그 초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나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는 없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