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또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경우의 수’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날 때마다 마지막 3차전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펼쳐 놓고 16강 진출 여부를 타진하는 경우의 수에 돌입했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남미가 판세를 잡은 월드컵에서 변방 대륙인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입니다.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여덟 번 연속으로, 1954 스위스월드컵을 포함해 아홉 번째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중위권 수준을 넘어선 적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경우의 수를 거치지 않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경우의 수를 거쳐 16강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한 번 뿐입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랬습니다. 중간전적 1승 1패에서 조별리그 3차전 상대인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겨 경우의 수에서 예측한 결과가 적중했습니다. 4강전까지 진출했던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안방 대회인데다 조별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을 정도로 주도권을 잡았으니 경우의 수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경우의 수 적중률은 12.5%에 불과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번 브라질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의 수는 어떨까요. 전망은 상당히 어둡습니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대 4로 졌습니다. 지난 18일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와 1대 1로 비기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선전을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중간전적 1무 1패(승점 1)로, H조 최하위인 4위로까지 추락했죠.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는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승리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같은 시간 쿠리치바 아레나 다 바이사다에서 알제리와 대결하는 러시아가 최소 점수로 이겨야 합니다.
이 경우 벨기에는 2승1패(승점 6)로 조 1위를 지키고,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1승1무1패(승점 4)에서 골 득실차와 다득점을 통해 16강 진출의 하한선인 2위를 다투게 됩니다. 현재 득실점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3득점 5실점(골 득실차 -2), 러시아는 1득점 2실점(골 득실차 -1)입니다. 골 득실차에서는 우리나라가 1골 차로 러시아에 밀리지만 다득점에서는 2득점이나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벨기에를 2대 0으로 이긴 상태에서 러시아가 알제리를 1대 0으로 이기면 골 득실차가 같지만 다득점으로 앞서 16강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즉 2골차 이상의 승리는 필수 조건입니다. 러시아가 1골차로 이겨도 알제리와 난타전을 벌이면서 많은 골을 넣으면 곤란합니다. 다득점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래저래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벨기에가 H조 최강 전력을 보유했다는 점입니다. 벨기에는 에당 아자르(23·첼시)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21·벨기에) 등 공격진의 핵심 전력은 골을 넣지 못해도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드리스 메르텐스(27·나폴리) 등 2선 공격진과 디보크 오리기(19·릴)처럼 백업전력이 골을 넣으면서 단단한 선수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득점 상황에서 반드시 골을 넣는 집중력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쉽지 않은 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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