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전멸했다. 마지막 도전자인 우리나라가 무릎을 꿇으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27일 브라질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벨기에에 0대 1로 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최종 전적 1무2패(승점 1)로 대회를 마감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렸지만 H조 최하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나라·일본·이란·호주 등 4개국을 본선으로 보낸 AFC는 3무9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앞서 C조의 일본과 F조의 이란은 1무2패로, B조의 호주는 3전 전패로 각조 최하위에 머물러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는 본선에서 격돌한 5개 대륙 중 가장 먼저 전멸했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호주가 16강에 올랐지만 AFC 회원국이 아닌 오세아니아축구연맹 소속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침체를 쌍끌이로 견인했다. 특히 아시안컵 챔피언인 일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19일 벨기에와의 원정 평가전(3대 2 승)부터 지난 3일 미국 탬파베이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중립지역 평가전(3대 1 승)까지 4연승을 질주하며 승승장구했던 일본은 이번 대회 개막과 동시에 무너졌다. 일본의 알베르토 자케로니(61·이탈리아)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이 열린 지난 25일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콜롬비아에 1대 4로 대패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유럽·미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4강 타이틀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무승(無勝)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나란히 16강에 올라 아시아의 상승세를 주도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4년 만에 변방으로 전락했다.
이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16강 진출을 도운 먹잇감으로 전락했고, 월드컵 신입생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첫 승까지 헌납했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1·포르투갈) 감독은 사퇴했다. 호주의 경우 네덜란드·칠레·스페인 등 강호들 사이에서 한 개의 승점도 챙기지 못하면서 아시아의 부진을 부추겼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