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흥행카드였던 ‘맨체스터 더비’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까.
프리미어리그가 오는 16일(한국시간) 새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부활 조짐 때문이다. 지난 시즌 심각한 부진을 경험한 맨유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규모로 팀을 재건했다. 정상 탈환을 위한 도약의 준비도 끝났다.
반면 챔피언 타이틀을 방어해야 하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조용한 여름을 보냈다.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맨유와의 전력 차가 다시 좁혀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판세를 흔들었던 맨체스터 더비가 새 시즌의 중요 변수로 다시 부상한 이유다.
◇‘판 할 매직’ 잠든 맨유를 깨웠다=지난 시즌은 맨유에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남았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22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패배를 당했다. 최종 순위는 7위였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였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다인 13회 우승팀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놓쳤다. 1996년 이후 19년 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급진적으로 재건했다. 변화의 시작은 사령탑이었다. 지난 시즌 종반에 경질한 사령탑의 공백을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었던 루이스 판 할(63) 감독으로 채웠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3위로 마친 판 할 감독은 지난달 17일 정식으로 부임한 맨유에서 본격적인 개혁에 돌입했다.
전술부터 바꿨다. 포메이션을 3-5-2로 변경했다. 네 명의 수비수를 나란히 세운 ‘포백 시스템’에 익숙했던 맨유에는 혁신적 변화였다. 리오 퍼디낸드(36), 파트리스 에브라(33), 네마냐 비디치(33) 등 베테랑을 모두 내보냈다. 안데르 에레라(25)와 루크 쇼(19) 등 어린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같은 세대인 제시 린가드(22)와 타일러 블랙켓(20) 등 베테랑에게 밀린 영건은 프리시즌 중 가동했다. 대규모 세대교체였다. 그러나 로빈 판 페르시(31)와 웨인 루니(29) 등 기존 핵심 전력의 역할을 축소하지 않았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맨유는 ‘2014 기네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조별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3대 1로 격파했다. 지난 5일 결승전에서는 프리미어리그 라이벌인 리버풀을 같은 스코어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한 시즌 동안 구겨졌던 맨유의 자존심이 회복된 순간이었다.
◇만수르 한눈팔기에도 견고한 맨시티 제국=팀을 재건하고 프리시즌에 승승장구하는 맨유와 다르게 마누엘 페예그리니(61)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잠잠하다. 이적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두(27)와 수비수 바카리 사냐(31),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33) 등으로 후방을 강화했지만 더 이상의 영입은 없었다.
맨시티의 구단주인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왕가의 석유재벌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43)이 올 여름 이적료로 지출한 총액은 350억원이다. 만수르는 맨시티를 인수한 2008년 여름부터 지난 시즌까지 모두 1조2000억원을 이적료로 사용했다. 여섯 시즌 동안 평균 2000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투자 축소의 결정적인 원인은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위반에 따른 UEFA의 제재다. 맨시티는 수익보다 지출이 많다는 이유로 선수 영입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만수르는 투자 영역을 세계로 확장했다. 호주에서는 멜버른 하트를 인수해 멜버른시티로 구단 명칭을 바꿨다. 미국에서는 뉴욕시티를 창단했다. 창단 과정에서 다비드 비야(33)와 프랭크 램퍼드(36) 등 베테랑 스타플레이어들을 불러 모았다.
만수르의 ‘한눈팔기’에도 맨시티의 전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여섯 시즌 동안 구축해 온 전력에 빈틈이 없다. 야야 투레(31), 사미르 나스리(27), 세르히오 아구에로(26) 등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들이 떠나지 않고 남았다. 램퍼드의 경우 뉴욕시티가 리그에 합류하는 2015년 이전까지 임대 형식으로 맨시티에 합류하면서 중원을 보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은 여전히 맨시티다.
◇맨유와 리버풀의 상승·하락폭이 상위권의 변수=상위권의 판세는 요동칠 전망이다. 첼시와 아스날이 맨시티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맨유와 리버풀의 상승·하락폭이 변수다.
첼시와 아스날은 이적시장에서 월드컵 특수를 놓치지 않았다. 첼시는 디디에 드로그바(36)와 디에고 코스타(26)로 최전방을, 세스크 파브레가스(27)와 필리페 루이스(29)로 중원과 후방을 각각 보강했다. 아스날은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칠레의 알렉시스 산체스(26)를 영입하고 코스타리카의 조엘 켐벨(22)을 복귀시켰다. 두 팀 모두 골 결정력이 높은 공격수들로 무장했다. 지난 시즌 첼시는 3위, 아스날은 4위였다. 투자를 줄여 전력 상승이 미미한 맨시티와 우승 경쟁도 가능하다.
준우승 팀 리버풀의 경우 루이스 수아레스(27)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로 매각하면서 공격력에 균열이 생겼다. 다만 그의 이적료로 확보한 선수들이 수아레스의 공백을 채울 경우 순위의 하락폭을 좁힐 수 있다. 상위권 판세의 가장 큰 변수는 지난 시즌을 7위로 마감한 맨유다. 루이스 판 할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고 성공으로 팀을 재건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쳐 일정이 줄어든 점도 역설적으로는 호재다.
하위권에는 2부 리그에서 올라온 레스터시티, 번리, 퀸스파크레인저스가 강등권 탈출을 위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다. 이들보다 투자를 줄여 전력이 크게 하락한 애스턴 빌라도 하위권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