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노인 뇌경색 회복 더디다”

“빈혈노인 뇌경색 회복 더디다”

기사승인 2014-08-18 10:17:55
분당서울대 배희준·박영호 교수팀, ‘헤모글로빈 수치가 뇌경색 회복에 미치는 영향’ 발표

우리나라 70세 이상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빈혈을 갖고 있을 정도로 노인에게 빈혈은 흔한 질환이다. 이렇게 빈혈을 가지고 있는 노인에게 뇌경색이 발생했을 경우 빈혈이 없는 노인보다 회복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배희준·박영호 교수팀은 급성 뇌경색 환자의 3개월 뒤 회복에 헤모글로빈 농도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뇌경색 환자 2681명을 대상으로 입원 기간 중 헤모글로빈 농도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눈 뒤 신체기능척도(mRS·Modified Rankin Scale)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입원 당시 헤모글로빈 농도를 기준으로 빈혈 그룹(Q1)은 헤모글로빈 중간 그룹(Q3)과 비교해 3개월 뒤 신체기능 척도 점수가 1.74배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이외의 그룹에서는 정상그룹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원 기간 중 가장 낮았던 헤모글로빈 농도를 기준으로 빈혈 그룹(Q1)은 중간 그룹(Q3)과 비교해 3개월 뒤 신체기능 척도 점수가 2.64배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나머지 그룹은 중간그룹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그동안은 뇌경색 환자의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 적게 있는 빈혈도 문제지만, 헤모글로빈이 너무 많은 것도 회복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혈액 안에 헤모글로빈이 적게 있으면 그만큼 운반하는 산소의 양도 적기 때문에 뇌 조직으로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아 뇌경색 회복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혈액 내 헤모글로빈이 많으면 혈액의 점도가 증가해 혈류가 느려져 뇌졸중 회복을 방해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통설이었다.

이번 연구는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높더라도 뇌졸중 예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헤모글로빈 농도가 상승하였을 때 혈액 점도 증가로 인한 혈류 저하를 우려해 빈혈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지 않았던 그 동안의 뇌경색 환자관리에 변화가 필요함을 객관적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남자는 13, 여자는 12 이하일 때 빈혈로 진단하는데 그동안은 뇌경색 환자가 빈혈로 진단되더라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질 것을 염려해 헤모글로빈 수치가 7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수혈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빈혈이 있는 뇌졸중 환자에게 수혈 등 적극적인 헤모글로빈 투여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상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데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Stroke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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