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실험용 약물 지맵, 안전성 담보하긴 어렵다”

[k-이슈추적]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실험용 약물 지맵, 안전성 담보하긴 어렵다”

기사승인 2014-08-20 10:39:55

[K-이슈추적] 연재순서

① 에볼라바이러스 FDA 승인 전 약물 사용 논란, 안전이 우선? 유효성이 우선?

② 신약 개발단계의 전 과정은?

③ [인터뷰]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실험용 약물 지맵, 안전성 담보하긴 어렵다”

④ [현장에서/장윤형 기자] 에볼라바이러스 대책, 정부 실무자는 없나요?


“21세기 신종 감염병 증가, 한국도 국가적 대비책 마련해야”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알려진 지맵(ZMapp) 등 임상시험 전 실험약물은 동물실험에서는 효과가 입증됐으나, 사람에게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이므로 100%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WHO가 임상 시험을 마치지 않은 치료제를 과거에 허가한 적이 없음에도 이번에는 긴급한 사태라는 것을 감지하고 다급하게 허가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실험약물을 미국 식품의약국과 국제기구에서 허가한 것은 상당히 많은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에볼라바이러스병(Ebola Virus Disease)은 필로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을 일컫는다. 에볼라라는 이름은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의 강의 이름을 따 명명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과일박쥐 및 고릴라, 침팬지 등으로 추정되나 아직까지는 불명확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무려 90%에 이른다. 올해 3월부터 현재까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1000여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한 미국은 인체에 임상이 시행되지 않은 치료제를 직접 투약하는 처방을 내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라이베리아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던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켄트 브랜틀리와 낸시 라이트볼 2명에게 지맵을 투여했다.

맵 바이오제약이 개발한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 시스템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단일클론항체들을 혼합해 만든 일종의 칵테일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시행된 적이 없다.

하지만 인간에게 임상 시험을 하지 않은 지맵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제 처방 후 상태가 호전된 브랜틀리는 미국으로 돌아와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라이트볼은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한 개의 약물이 좋은 효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동물 실험을 거쳐 수많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과정을 거친다. 김우주 교수는 “약이 효능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을 대상으로 위약 대비 해당 약물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하기 마련”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할 경우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맵은 정말 효과를 100% 발휘한 것일까. 김우주 교수는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에볼라 치사율은 50~90%에 육박하지만 단 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서 지맵이 순수하게 치료 효과를 발휘했다고 예단하기엔 이르다. 본인의 면역력이 뒷받침이 돼서 질병이 회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미국 CDC는 치료제 투약 후 환자들의 혈액을 체취해 이 바이러스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예후를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판데믹(pandemic, 세계적 전염병) 현상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물 투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험 전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의료윤리위원회는 에볼라 환자들에게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실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각계의 전문가들을 소집했다. 다만 WHO 의료윤리위원회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실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면서 실험약은 일정한 윤리기준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주요 윤리기준은 ‘치료과정에서의 투명성’, ‘정확한 정보제공에 입각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사전동의’,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의견 존중’ 등 3가지가 있다.

김 교수는 “에볼라 등 신종감염병은 의학적 질병일 뿐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과학계 전문가 뿐 아니라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각계 전문가가 총망라해 집결하여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에볼라출혈열 말고도 해외 유입이 우려되는 치명적인 감염병들이 유행하고 있다. 홍역, 코로나바이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뎅기열, 말라리아 등이다. 홍역은 백신이 있지만 에볼라출혈열이나 메르스 등의 감염병은 백신조차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과거 신종플루 사태를 비롯해 에볼라출혈열 등 신종감염병 발생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한국에서는 이러한 감염병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신종 감염병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 의료계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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