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 금지’ ‘자전거 출입금지’ ‘흡연 금지’ ‘담소 금지’ ‘춤 금지’…
일본의 도심 공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내세우고 있어 공원이 시민들의 쉼터라는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 됐습니다.
일본 주간지 ‘슈칸포스트’는 12일자 최신호에서 ‘공원 금지사항 증가…담소, 댄스, 만담연습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공원의 지나친 규제를 꼬집었는데요.
매체는 우선 도쿄 도심의 한 공원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구석의 벤치에서 초등학생이 앉아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는데요. 공원은 매우 고요했답니다.
“넌 왜 공놀이를 하거나 뛰어놀지 않니?”하고 물으니 “남을 귀찮게 하면 안 된다고 써있잖아요. 그래서 조용히 게임하고 있어요. 공놀이도 하지 말라니 축구도 못하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군요.
실제로 공원 입구 간판에는 수많은 경고문구가 적혀 있답니다.
‘공놀이 금지’ ‘큰소리 금지’ ‘자전거 출입금지’…
더구나 공원 안에는 ‘보이는 대로 (관계기관에) 통보하겠습니다’는 위협적인 문구까지 적혀 있답니다.
매체는 공원에는 원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데 노인들만 드문드문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일은 다른 공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군요. 슈칸포스트가 다른 지역 공원을 둘러보니 ‘흡연 금지’ ‘불꽃놀이 금지’ ‘개 산책 금지’ ‘벤치에서 음식 금지’ 등의 문구가 발견됐답니다. 심지어 ‘담소 금지’ ‘악기 금지’ ‘춤 금지’ ‘만담연습 금지’ 등과 같은 황당한 것까지 있었다네요.
매체는 “공원에서 허용되는 것은 입장 뿐”이라며 한탄했습니다. 이렇게 금지사항이 늘어난 것은 인근 주민들의 불만 때문이라는 군요. 예를 들면 니시도쿄시내 한 공원에서는 분수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소음으로 인정 돼 분수가 금지됐다는 군요.
요즘에는 공원에서 라디오를 켜놓고 체조를 하는 것조차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효고현 니시노미야시는 요양중인 여성이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불만을 제기해 ‘10명 이상 라디오 체조를 할 때에는 미리 허가를 받기 위한 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민 불만이 있을 때마다 금지 사항을 담은 간판이 늘어나죠.”
매체는 주민 불만이 있을 때마다 간판을 새로 세우는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활용하는 공원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죠.
일본 네티즌들은 이 기사를 보고 “일본의 공원은 공원이 아니라 정원이구나” “인근 주민을 금지하자” “이기적인 세상이 됐다. 거북하다” 등의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남을 배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죠. 내 차와 내 정원을 먼지 하나 보이지 않게 깨끗하게 하는 일본인에게 왜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니 ‘남이 보면 불쾌할까봐 매일매일 닦습니다’라고 할 정도니까 말이죠. 이렇게 배려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오히려 살기 팍팍해지는 곳으로 변하는 것 같아 의아하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