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결산-장외 5선] ‘대한일본’ 자막에 카메라 훔친 선수까지

[아시안게임 결산-장외 5선] ‘대한일본’ 자막에 카메라 훔친 선수까지

기사승인 2014-10-04 15:02:55
인천=이병주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장내외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과 선수의 부도덕,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상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류콘서트?” 개막식부터 논란

인천아시안게임은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다. 개막식의 성화 봉송은 많은 논란의 시작이었다. 지난달 19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대거 등장한 한류스타들에 이어 비밀에 붙였던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가 여배우인 이영애로 밝혀지는 순간 내외신의 비판은 폭발했다. 체육인이 문화인에게 밀려 주객이 전도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스포츠 축제가 한류축제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대만 연합보는 “사상 최악의 개막식이다”이라고 비평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SNS에는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김연아·박지성 등 우리나라의 간판스타들이나 박태환·양학선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개막식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오후 11시40분쯤에는 주경기장의 성화가 온도 센서의 오작동으로 10분여간 꺼지는 소동까지 발생했다.



“대한일본이 뭡니까” 방송사의 황당한 자막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했다. SBS는 지난달 25일 한국과 일본의 여자 배구 경기에서 한국을 ‘대한일본’으로 표기했다. 점수를 표시해 경기 중엔 사라지지 않는 이 자막은 4분여간 그대로 노출됐다. SBS의 실수는 끝이 아니었다. 같은 날 남자 축구 16강전에서는 후반 31분 추가골을 넣은 박주호의 국적을 상대 팀인 홍콩으로 표시했다. KBS는 우리나라 수영대표팀의 장규철을 일본인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24일 수영 접영 100m의 시작을 앞두고 선수를 소개 과정에서 장규철의 약력을 소개하는 자막에 일본을 의미하는 이니셜 ‘JPN’과 일장기를 삽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일제강점기였던 1936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고 손기정(2002년 사망)옹의 가슴 부분에서 일장기를 지우고 태극기를 넣은 과거 신문 보도사진을 패러디한 장규철의 게시물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카메라 도둑에 성추행까지… 일본의 대굴욕

일본 선수단은 절도와 성추행 등 부도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중심에는 수영의 도미타 나오야가 있었다. 도미타는 지난달 25일 동료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우리나라 언론사 기자의 카메라를 훔쳤다. 시가 800만원 상당의 카메라였다. 도미타는 경찰에 입건됐다. 혐의를 인정하고 “카메라를 본 순간 너무 갖고 싶어서 가져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인천지검 형사1부는 절도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일본수영연맹은 그러나 7일의 경징계를 내려 또 한 번의 논란을 부추겼다. 성추행 사건도 있었다. 일본 핸드볼의 간판스타인 미야자키 다이스케는 지난 26일 뷰티행사에서 병원을 홍보한 김모(26)씨의 허벅지 등을 손으로 더듬고 신음 소리를 내 물의를 빚었다. 행사 관계자들은 그러나 미야자키의 성추행 의혹을 보고받고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앞서 일본 하키대표팀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를 우리나라 여고생에게 건네 공분을 일으키도 했다.



아시아인의 혐한 여론과 바꾼 은메달… 편파판정 논란

개최국의 홈 어드밴티지는 어느 국제대회에서나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논란이 끊기지 않으면서 혐한 여론을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말았다. 박진아는 지난달 30일 여자 복싱 라이트급 준결승전에서 인도의 라이슈람 사리타 데비를 상대로 3대 0 판정승을 거뒀다. 데비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데비는 지난 1일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으며 동메달 수상을 거부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박진아에게 동메달을 건네기도 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인쥔화가 데비를 위로하는 동안 박진아는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시상식은 유튜브로 소개되면서 혐한 여론으로 이어졌다. “어글리 코리안” “한국에서 다시는 국제대회를 개최하지 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기까지 논란… 인공기에 항의하고 몽골기는 거꾸로

논란은 개막식 이전부터 있었다. 조직위원회는 개막을 앞둔 지난달 10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대회 엠블럼 깃발만 내걸고 45개 참가국의 국기들을 거리에서 모두 철수했다. 국기는 경기장에만 게양했다. 북한의 인공기 때문이었다.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앞 도로에 걸린 인공기에 보수단체의 항의가 잇따르면서 내린 조치였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인공기가 게양됐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몽골의 국기가 거꾸로 게양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몽골의 스모선수 아사쇼류 아키노리(34)는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거꾸로 게양된 자국 국기를 공개했다. “몽골 손님에게 장난을 치지 말라”는 아사쇼류의 항의에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대신 사과를 해야만 했다.

사진=AFP BBNews(News1), KBS·SBS 중계방송 화면촬영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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