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망명지’에서 신시장이 열리는 걸까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검열 논란으로 신규 이용자를 대거 늘린 텔레그램에서 ‘지하경제’의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물론 합법적인 경제활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이 사람을 좇아 흘러가는 모양새가 ‘사이버 골드러시’로 이어질 조짐입니다.
14일 트위터에는 ‘IT 강국인 대한민국이 벌써 스팸 메시지를 시작했다’는 짧은 설명과 함께 텔레그램에서 받은 비공개 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이 네티즌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co******)이 지난 9일 공개한 이 사진은 오후 4시 현재 1600건 이상 리트윗 됐습니다. 사진 속 메시지는 익숙한 문구로 적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잘나가는 업계 1위 카지노. 누구나 손쉽게 돈버는 게임.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가입하면 현금 10만원 지급하고 시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메일과 모바일 메신저, SNS에서 이 문구를 보자마자 무시할 겁니다. 첫 문구를 읽고 지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문구의 스팸 메시지를 사이버 망명지에서 받으니 되레 반갑다는 역설적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SNS에는 “IT 강국인 대한민국이 텔레그램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서비스는 스팸 메시지” “스팸 메시지의 거물 ‘김미영 팀장’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스팸 메시지는 이용자의 급증을 보여준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등 우리나라 모바일 메신저의 대화 내용이 수사당국의 검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면서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신규 이용자를 대거 확보했습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11일 텔레그램 이용자수는 173만452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일주일 만에 약 7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죠. 반면 같은 날 카카오톡 이용자수는 2917만9000여명으로, 일주일 만에 5만6000여명의 이용자를 놓쳤습니다. 카카오톡 이용자수는 지난달 14일부터 주당 5만~6만명씩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을 위협할 만큼 이용자를 확보하고 사업성까지 증명하면 우리 기업의 합법적인 제휴와 서비스를 성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사이버 망명은 사이버 골드러시로 이어지겠죠. 오늘은 김미영 팀장으로 끝났지만 내일은 기업이 움직일지 모를 일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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