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대표] 신문이 타락하면 피해는 누가 볼까요?… 국민입니다

[친절한 쿡대표] 신문이 타락하면 피해는 누가 볼까요?… 국민입니다

기사승인 2014-10-31 14:48:55

신문윤리위원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신문들이 신문윤리강령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주의’와 ‘경고’ 등 조치를 취하는 기관입니다. 상근 심의위원들이 조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달에 한번 윤리위원들이 참석하는 윤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조치의 수위를 결정합니다.

지난 29일 회의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안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서울지역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 S일보 문제였습니다. 1면 하단에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회장(발행인) 아들의 결혼식 소식을 돋보이게 게재한 것이죠. 정말 유례가 없는 사안인지라 윤리위원들 간에 한동안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회장은 모르는 상황에서 편집진이 과잉충성 한 것 아니냐, 미국 등의 지역신문들은 소식지 성격이 강해 동네사람 결혼식 기사를 싣곤 하는데 그런 식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 등등 말이죠. 어쨌든 아무리 지역신문이라 하더라도 언론사 사주 아들의 결혼소식을 ‘사고(社告)’ 형식으로 낯 뜨거운 일이죠. 신문의 품위를 심각하게 떨어트리는 일로 당연히 ‘경고’ 조치가 내려졌지만 언론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사안은 다르지만, 요즘 신문을 보면 같은 신문업계 종사자가 보기에도 낯 뜨거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 하나가 기사형 광고입니다. 독자들이 광고보다 기사를 신뢰하는 것에 착안해 마치 기사인 것처럼 포장하는 광고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광고주들이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온라인신문은 또 어떻습니까. 내용과는 무관한 낚시성 제목이 난무하고, 심지어 어떤 것은 기사처럼 제목이 달려있는데 클릭을 하면 광고가 연결됩니다. 선정성은 갈수록 더해 일부 스포츠 매체들은 포르노사이트를 방불케 합니다.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제목만 살짝 바꿔 재전송하는 소위 어뷰징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다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한 거죠. 이쯤 되면 신문이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라는 지적이 과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언론사들이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류입니다. 윤리위원회에서도 “오죽하면 이러겠느냐”며 언론 산업의 현실을 감안해 어느 선까지는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문들이 과거에는 이러지 않았죠. 그러나 매체수가 늘어 난데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줄고, 발행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매체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레드오션’이 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신문사들의 최대 목표는 ‘사회적 기능’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자연히 대기업 등 광고주가 기사나 논조를 쥐락펴락하게 됐죠. 특정지역의 지역신문이 자치단체장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기사가 종종 윤리위원회 심의대상에 올라오는데, 배경에는 자치단체 광고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론’은 퇴색하고 ‘돈’이 점점 지면을 지배해가고 있습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산업은 다른 제조업 등과 달리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국민과 국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큽니다. 적자생존의 일반적 자본시장 논리를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국민적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언론 산업의 구조조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자격과 조건을 갖춘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언론이 돈에 쪼들려 국민에 유해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차라리 국가가 발행비용을 일부 보전해주는 게 낫다는 판단이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갈 데까지 가보게 그냥 이대로 둘까요?

쿠키뉴스 대표 변재운 jwbyu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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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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