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신하균 “늘 아쉬워… ‘순수의 시대’도 이제 안 보겠죠”

[쿠키人터뷰] 신하균 “늘 아쉬워… ‘순수의 시대’도 이제 안 보겠죠”

기사승인 2015-03-08 20:58: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첫 사극 도전? 물론 현대극과 다른 부분이 많다. 그러나 배우 신하균(41)에게 그리 획기적인 일은 아니었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갑옷을 입고 말을 탔지만 신하균은 역시 신하균이었다.

조선 건국 초기를 배경으로 한 ‘순수의 시대’에서 그는 태조의 사돈이자 정도전의 사위인 장군 김민재를 연기했다. 연기인생 17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사극이다. 수위 높은 노출과 애정신을 소화한 것도 처음이다. 낯선 작업에 임하면서 그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나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당시를 담담하게 회상했다.

“아무래도 시대물이다 보니 준비할 것들이 많았어요. 검술, 말 타기 모두 처음이었죠. 또 의상이 사실 불편해요. 한복도 그렇고 장수복 갑옷도 무겁고요. 수염은 계속 떨어지고, 머리는 상투 가발을 올리니까 땀이 많이 차더라고요.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았죠. 그런데 그만큼 안 보여드렸던 모습 보여드린다는 게 배우로서 재미나기도 했어요.”

작품에서 노출이나 수위 높은 정사신을 소화한 것도 새롭다는 말에 신하균은 “그죠. 이렇게 많이 나온 건 처음이죠”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는 “어렵고 힘든 촬영이긴 했지만 영화에 필요하니까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며 “콘셉트 자체가 정사신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기보다 하나의 대화 방법으로 표현한 거니까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극중 상대역을 연기한 배우 강한나가 “신하균 선배가 촬영장에서 잘 챙겨주셨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얘기를 꺼내니 그는 “안 잘해줬는데”라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하균은 “제가 그리 친절하게 얘기하는 편이 아니어서 물어보는 것에만 답하는 정도였다”며 “근데 (강)한나씨가 워낙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좋아 많이 물어보고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고 전했다. 이때부터였을까. 신하균의 ‘겸손’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저는 뭐 아는 게 없으니까요. 작품 할 때마다 항상 그랬거든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긴 했지만 저에게도 ‘순수의 시대’는 처음 하는 작품이잖아요. 항상 백지상태로 작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들 같은 입장이라고 봐요. 저나 강한나씨나 장혁씨나 강하늘씨도 마찬가지죠. 다 같이 도와가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뭐 누굴 가르치거나 그런 건 절대 있을 수 없죠.”

너무 겸손한 말이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신하균은 “작품에 대한 태도는 첫 작품 했을 때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새 작품에 들어가면) 늘 아무 것도 모르겠고, 첫 촬영 전날엔 너무 긴장돼서 항상 잠을 설친다”고 했다. 자신은 촬영에 들어가 감독,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생각대로 연기가 나오면 그제야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신하균은 “늘 있다”고 대답했다. 워낙 연기력이 뛰어나 ‘하균신(神)’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에게 가당키나 한 대답인가. 하지만 그는 “새로운 캐릭터와 새 작품 만나면 또 다른 실수나 아쉬운 부분들이 늘 보인다”며 “보완하고 다음에 더 완성도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그것만 보실 것 같아서 안 되지만(웃음). 예를 들어 액션 같은 경우에 ‘더 잘할 수 있는데’ 싶은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전체를 생각하면서 연기하지만 (부분적으로) 과하거나 부족했던 부분 혹은 감정이 생각보다 덜 나왔던 부분들이 있거든요. 대세엔 큰 지장이 없을 수 있으나 제 입장에선 제 연기가 100% 만족스럽진 못하죠.”

놀랍게도 그는 매 작품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족한 부분만 보여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은 잘 보지 않는단다. 영화는 시사회 때 한 번 보면 끝이고, 드라마는 모니터할 때 보고 그 뒤론 안 본다고. 신하균은 “‘순수의 시대’도 시사회 때 봤으니까 이제 안 보겠죠”라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신 있고 잘하는 연기를 계속하면 조금은 덜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신하균은 “잘하는 게 있어야죠.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할 텐데 저는 절 보면 항상 어설퍼 보이고 그래요”라면서 미소를 띠었다. 그럼에도 매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에 도전하는 건 그가 꼭 지키고자하는 원칙이라고 했다.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요. 항상 조금이라고 달랐으면 좋겠고, 작품을 볼 때 제 기존 이미지가 생각 안 났으면 좋겠어요. 그 작품 안에선 그 인물로만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관객들의 보는 재미와 배우로서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다. 신하균은 “관객들 입장에선 ‘저 배우가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이나 흥미가 있으실 거고, 저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며 “그런 게 잘 맞아 떨어져서 제가 정말 좋은 연기를 해서 영화가 완성도 있게 나오고, 관객들도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고 얘기했다.

“그걸 위해서 힘들더라도 촬영을 하는 거예요. 위험한 장면도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거고요. 가장 기분 좋을 때가 관객들이 좋아해주실 때예요. 제 모든 영화를 다 좋아하실 순 없겠지만 하나라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을 것 같아요. 그 이상으로 바라는 것도 없고요. 누군가에게 소중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줄 수 있는 것만큼 보람된 게 없죠. 계속해서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일까. 신하균은 데뷔 이래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20대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젠 이게 내 삶인 것 같다”며 “오래쉬면 그게 또 답답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가 가장 생동감을 느끼는 곳이 바로 현장이라는 것이었다.

“평상시엔 그렇게 재밌게 사는 편이 아니라 뭘 배우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그러지 않아요. 보통 집에 있고, 술 좋아하니까 술 마시고, 누가 부르면 밖에 나가는 정도? 뭔가 저에게 에너지가 생기는 건 현장이에요. 머리도 많이 쓰고 묵혔던 감정들을 폭발하기도 하고…. 저 자체가 막 흥분돼요. 거기서 오는 긴장감들은 살면서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쉬다보면 또 하고 싶어요.”

올해 계획을 물으니 신하균은 “일해야죠. 열심히 일해야죠”라며 웃었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오지랖이 발동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사랑도 찾으셔야죠”라고 조심스레 말하자 그는 웃음으로 긴 대답을 대신했다. “더 뜻대로 안되는 게 그쪽이죠. 네. 그쪽입니다. 하하.”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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