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치료 계기로 재점화된 ‘제중원 정통성’ 논란

리퍼트 대사 치료 계기로 재점화된 ‘제중원 정통성’ 논란

기사승인 2015-03-17 20:05:55
"서울대병원 측 ‘세브란스병원 행보 불쾌…역사도 FACT가 중요하다

[쿠키뉴스] 최근 벌어진 마크 리퍼트 대사 폭행 사건은 마무리 됐는데, 엉뚱하게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오래된 논란인 제중원 정통성 문제로 옮겨 붙었다.

마크 리퍼트가 입원했을 당시 세브란스병원 정남식 원장이 제중원과 관련해 한 말이 잠잠했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정 원장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세브란스는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제중원의 창립자인 앨런 박사도 미국 오하이오주의 델라웨어 출신이시고 제중원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개명을 하는 데 큰 기부를 한 세브란스 씨도 오하이오 출신""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이 마크 리퍼트 대사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또 이를 통해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의 적자임을 강조하자 서울대병원측은 적잖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서울대병원 백재승 의학역사문화원장(서울대병원 비뇨기과)은 제중원 문제를 학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 됐다고 꼬집었다.

백 원장은 ""근대의학이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균형을 잃은 시각은 문제가 있다""며 ""제중원은 1880년 당시 정부가 통리기무아문, 별기군, 육영공원 등을 설치하는 근대화 프로젝트다. 알렌이 등장하기 전부터 고종과 정부가 서양식 국립병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역사도 결국 FACT""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김상태 박사는 알렌이 제중원을 설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한다. 알렌이 제중원 개원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 정부가 이미 근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렌이 제중원을 설립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 원장이 알렌이나 에비슨이었다는 얘기는 잘못됐다. 제중원 '당장' 즉 오늘날 개념으로 제중원 원장은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의 독판이나 협판이 겸직했다""며 ""실제 제중원 첫 당상은 온건개펵파 핵심인물이었던 김윤식이었다. 알렌이나 에비슨 등은 제중원 원장이 아니라 제중원의 의사라 규정하는 게 맞다""고 잘라 말했다.

고종과 조선정부가 미국북장로회에 제중원을 이관했다는 시기부터 논쟁이 더 치열해진다.

세브란스병원측은 1894년 조선 정부가 제중원 운영권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미국북장로회 선교부에 이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측은 당시 위탁 배경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박사는 ""1894년 동학농민전쟁, 청일전쟁, 갑오개혁 등이 일어났다. 7월 23일에는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해 조선 정부가 일본에 제중원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고육지책으로 에비슨에게 제중원 운영을 위탁한 것""이라며 ""소유권까지 양도한 것은 아니고 조선정부가 원할 때 언제든지 반환받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세브란스병원측은 제중원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측은 자의적인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한다.

제중원 의료진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해 제중원 운영이라는 경험적 자산이 세브란스병원에 전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브란스병원이 직접적으로 제중원을 계승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130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제중원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이 서울대병원이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을 재조명하고, 제중원의 역사적 경험과 정신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맨 먼저 나서야 한다라고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오는 4월 3~8일까지 제중원 130주년을 기념하려고 학술강좌를 비롯한 기념 음악회, 진료 봉사, 역사 화보집 출판기념회와 역사 사진전 개막식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sunjae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sunjae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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