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돌아온 이문세, 언제나 나에게 그대는 봄이야

13년 만에 돌아온 이문세, 언제나 나에게 그대는 봄이야

기사승인 2015-04-06 20:21:55
사진=포츈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가수 이문세(56)가 1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정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은 제목부터 대단한 결심으로 읽힌다.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제시하다.’ 그러나 이문세는 “그런 거창함에 속지 말라”는 재치 어린 말로 신보 소개를 시작했다.

6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정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 이문세는 감색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챙겨 매고 등장했다. 14집 ‘빨간 내복’(2002) 이후 13년 만에 자신의 새 음악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긴장이 될법했지만 이문세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문세는 “끊임없이 변신하고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며 과거에 멈춰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형식적인 쇼케이스가 아니라 (듣는 분들이) 팬심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즐기시길 바란다. 감성의 모세관을 다 여시고 마음과 귀를 열어 섬세하게 감상해 달라”고 부탁했다.

리포터 김생민의 사회로 진행된 음감회에는 이번 앨범에 이문세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훈석씨와 작곡가로 참여한 강현민·조규찬, 작사가 김영아가 참석했다. 이문세와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자 네 사람은 “영광이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새 앨범에 실린 신곡들 일부를 함께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가장 먼저 재생된 ‘그대 내 사람이죠’는 경쾌한 느낌의 곡이었다. 이문세는 “멜로디가 아름다운 프로포즈 송”이라며 “결혼식장에서 신부에게 신랑이 무릎을 꿇고 부르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곡은 ‘무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있지만 아름답게 퇴장해야할 때도 있는 인생을 무대에 비유한 곡”이라고 이문세는 얘기했다. 노래가 흐르자 그는 눈을 감은 채 가볍게 몸을 흔들며 귀를 기울였다. 음악을 온 몸으로 느끼는 듯 미간엔 살짝 주름이 졌다.

이어 이문세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꼽은 ‘사랑 그렇게 보내네’를 라이브로 선사했다. 성큼성큼 걸어 나와 무대 앞에 걸터앉은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의 미안한 감정, 주변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박하게 해봤다”며 노래를 시작했다. 감성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곡을 끝낸 뒤 이문세는 “뉴 디렉션이 아니죠”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이문세는 여러 부분에서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먼저 창법에 약간 변화를 줬다. 그는 “예전엔 ‘옛사랑’을 시를 읊듯이 노래했고, ‘그녀의 웃음소리뿐’ 때는 샤우팅 창법으로 크게 내질렀다면 이번엔 예쁘고 섬세하게 노래했다”며 “편곡과 음악의 흐름에 맞춰 노래하려 애썼다”고 전했다.

후배 가수들과 협업한 곡을 넣은 점도 눈에 띈다. 타이틀곡 ‘봄바람’은 나얼이 피처링에 참여해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슈퍼주니어의 규현과는 ‘그녀가 온다’를 듀엣으로 불렀다.

이문세는 “나얼은 감기로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나와) 수차례 소통하며 참여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규현에 대해선 “음원과 악보를 줬더니 여러 버전으로 연습을 해왔더라”며 “디렉팅을 볼 때 손 댈 부분이 없어 ‘넌 천재야’라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이번 앨범엔 노영심, 조규찬, 강현민, 등 뮤지션들을 비롯해 해외 유명 음악가들도 힘을 모았다. 이훈석 프로듀서는 “명성 있는 작곡가부터 데뷔하는 작곡가까지 두루 참여했다”며 “이영훈씨라는 작곡가에 의해서만 음악을 했던 게 과거의 이문세라면 지금은 좀 더 열려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곡을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한 것을 두고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문세는 지난해 갑상선암 재발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성대 가까이 암세포가 있어 목소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암세포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세는 “아슬아슬한 체력은 아니었지만 섬세한 가창을 요하는 곡일수록 컨디션이 어떤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며 “녹음할 때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앨범 녹음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면서 “저는 너무 건강하다”라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마무리는 역시 이문세스러웠다.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갔다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이문세는 한결 산뜻한 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하얀 바지체 푸른 재킷을 입은 그는 “이제부터 공연할 때마다 관객들과 호흡하게 될 곡”라는 소개와 함께 ‘봄바람’을 불렀다. ‘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라는 객석 호응이 곁들여지자 현장은 순간 이문세 콘서트장이 된 듯했다.

‘봄바람처럼 살랑 내 가슴을 또 흔드는 사람/ 언제나 나에게 그대는 봄이야’라는 가사가 귀에 꽂혔다. 여러 후보들 중 단순히 “지금이 봄이기 때문”에 타이틀로 뽑혔다지만 돌아온 이문세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곡이었다. 추위가 지난 뒤 찾아온 봄이 그렇듯, 환한 미소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그가 반갑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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