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보고 또 봐도 새로운 김우빈, 어떻게 안 빠져?

[이 형 내거] 보고 또 봐도 새로운 김우빈, 어떻게 안 빠져?

기사승인 2015-04-16 13:00:56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배우 김우빈(본명 김현중·26)은 자신의 배역을 선택할 때 ‘잘 맞는 옷을 고른다’고 표현한다. 모델 출신다운 멋스런 비유다. 반항기 있는 고등학생, 재벌 상속자, 깡패, 금고털이범, 그리고 청년 백수. 걸치는 ‘옷’들마다 몸에 꼭 맞춘 듯한 느낌은 큰 키와 긴 팔다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영화 ‘스물’에서는 과감한 스타일링에 도전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코믹연기다. ‘김우빈이 코미디를?’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시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놀라운 소화력을 보여줬다. 치호라는 옷을 입고 ‘미친 말(馬)’처럼 뛰놀았다. 19금 대사는 물론 ‘못생김’까지 불사했다. 본인의 의도대로 연기했고, 결과는 단언컨대 성공적이었다.

관객과 평단의 잇따르는 호평을 굳이 옮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흥행 스코어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개봉 22일 만에 28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손익분기점(160만)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흥행 요소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 중에서도 김우빈의 화제성이 주효했다.


김우빈 티켓파워는 전작들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SBS ‘상속자들’(2013)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뒤 내놓은 스크린 데뷔작 ‘친구2’(2013)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숱한 여성 팬들이 김우빈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했으나 손익분기점(250만)을 훌쩍 뛰어넘은 297만명을 동원했다. 김우빈의 피범벅 액션 앞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도 문제가 안됐다.

그가 원톱 주연을 맡은 차기작 ‘기술자들’(2014)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제시장’ ‘상의원’ 등 기대작들과 맞붙었으나 ‘뇌가 섹시한’ 금고털이범 김우빈의 힘은 강력했다. 사실상 김우빈이 유일한 홍보 포인트였던 영화는 손익분기점(240만)을 넘어서며 최종스코어 256만명을 기록했다.

최근 영화계는 ‘대박 아니면 쪽박’ 추세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손해를 내지 않는 건 배우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대 배우들 중 그만한 흥행력을 가진 이는 손에 꼽힌다. 충무로에 도는 웬만한 시나리오는 일단 김우빈에게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매 작품마다 눈에 띄게 발전하는 연기력은 전망을 더욱 밝힌다. 그럼에도 늘 “난 한참 부족하다”고 말하는 겸손함이 그저 흐뭇하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고, 제 안에 제가 모르는 부분들을 찾고 싶다”는 연기 욕심은 반갑다. 어떤 옷을 던져줘도 멋지게 소화해 낼 거라는 믿음은 점점 커진다.


흔히들 김우빈을 보고 “개성 있는 마스크를 지녔다”고 한다. 그렇다. 깎아놓은 듯한 조각미남 부류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선악이 공존하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눈빛에 힘을 실으면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눈웃음을 지으면 순수한 청년이 된다. 표정 변화만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는 건 배우로서 굉장한 행운이다.

김우빈의 진짜 반전은 실제 성격이다. 생각이 깊고 진중한데 애교가 넘친다.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예의바르고 겸손하기로도 유명하다. 인터뷰에서 처음 만나는 기자에게 그는 “안녕하세요. 김우빈입니다”라고 인사한다. ‘당연히 날 알고 있을 것’이라는 스타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해 더 큰 인기를 얻는다고 이런 성품이 달라질까. “지금 누리고 있는 걸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려 한다”고 말하던 그의 단호한 눈빛을 전할 수 없어 아쉽다. kwonny@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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