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악의 연대기’ 손현주는 결코 우릴 실망시키지 않아!

[쿡리뷰] ‘악의 연대기’ 손현주는 결코 우릴 실망시키지 않아!

기사승인 2015-05-08 18:13:55
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 스릴러물은 흔하다. ‘악의 연대기’가 뭔가 다른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손현주다. ‘믿고 보는 배우’라 불리는 그는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영화는 최창식(손현주) 반장의 화려한 하루에서 시작된다. 수백여 명의 경찰관들 앞에서 모범경찰 대통령상을 수상한 그는 파격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고, 후배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인간적으로 따른다. 아내와 아들의 지지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더 바랄 게 없는 상황, 야속하게도 사건이 벌어진다.

거나하게 회식을 마친 최 반장은 귀가길 택시에서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인적 드문 곳에 멈춰 서서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괴한을 막아내려 최 반장은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목숨이 위태로워진 그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창창한 자신의 앞날에 오점을 남길 수 없던 최 반장은 사건을 은폐하기로 한다. 지문 등 흔적을 모두 지운 채 현장을 떠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 시체가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보란 듯 걸려 있는 것이다. 만인의 관심이 쏠린 이 사건을 공교롭게도 최 반장이 지휘하게 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 반장은 극도의 불안과 초조, 죄책감을 느낀다. ‘악의 연대기’가 다른 스릴러물과 차별성을 갖는 것은 이 지점이다. 단순히 사건을 쫓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과 심리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최 반장은 과연 악인(惡人)인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가 계속될수록 손현주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떨리는 손, 헝클어진 머리, 위태로운 뒷모습…. 붉게 충혈된 눈과 그 안에 선명하게 선 실핏줄 하나까지 연기다. 진폭이 큰 감정 연기를 소화하면서도 102분 내내 흔들림이 없다. 영화를 연출한 백운학 감독이 “손현주 연기는 굉장하다. 시선이나 표정을 놓치기 싫은 장면이 많아 편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을 정도다.


손현주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시나리오였다”고 밝혔다. 촘촘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빠른 전개에 힘을 실었다. 백 감독은 “골치 아픈 상황에 어떤 인물을 던져놓고 그 인물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따라가는 영화이기에 전체를 한 호흡으로 만들겠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장면 사이 연결이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릴러물이라면 빠지지 않는 반전에 있어서도 진부함을 최대한 줄였다. 복선을 배제해 반전의 강도를 높였다. 최근 출시된 영화들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해낸 배우들의 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직한 오 형사 역을 맡은 마동석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사건의 비밀을 쥔 미스터리한 인물로 분한 최다니엘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특히 박서준은 이번 영화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했다. ‘배우 박서준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쏟아진다. 반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아 한 작품 안에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꼭 지켜 달라”며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한 부분은 차마 언급할 수 없다. 긴 얘기는 개봉 이후로 미룬다. 오는 14일 개봉. 102분. 15세 관람가.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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