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진세연 “악플에 아프기도… 최종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

[쿠키人터뷰] 진세연 “악플에 아프기도… 최종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

기사승인 2015-05-11 15:16:55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배우 진세연의 실제 나이는 만 21세다. 드라마 속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놀랄지 모르겠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역할을 많이 맡은 탓이다. KBS2 ‘각시탈’(2012),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2014), SBS ‘닥터 이방인’(2014) 등에서 그는 늘 사연 있는 인물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역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마주한 진세연의 실제 모습은 반전에 가까웠다. 어떤 말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얘기를 시작했다. 고르고 하얀 치아가 훤히 보일만큼 환한 미소를 짓는 20대 아가씨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진세연은 자신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인식을 영리할 만큼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전 원래 청승맞은 이미지를 싫어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그렇게 돼있더라”며 “스스로 답답하기도 했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혜성같이 등장해 드라마 주연을 턱턱 맡은 그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나 연기적인 지적들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신인의 조심스러움이 엿보이긴 했으나 꾸밈이 없고 솔직했다.

이런 과감함에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정공법을 택한 이유가 보였다. 진세연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2’를 골랐다. 결과가 어떻든지 그는 일단 만족하고 있단다. 작품에 들어가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즐겁게 촬영한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본인 모습을 스크린으로 처음 봤겠다. 떨리지 않던가.
“TV랑 전혀 (다르더라고요). 영화는 소리가 따로 녹음한 것처럼 되게 잘 들리잖아요. TV는 가족들이랑 같이 볼 때 부끄러운 신이 있거나 제가 좀 (연기를) 못 한 것 같은 신이 나오면 괜히 기침하고 말 걸고 그러거든요(웃음). 걱정이 많이 됐어요. 물론 영화는 딱 완성된 형태로 나오지만 괜히 자꾸 NG가 날 것만 같은 거예요. 발음이 망가질까 걱정도 되고….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눈에 띄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
“드라마 연기랑 영화 연기가 다르다는 말을 들어서 겁을 좀 많이 먹었거든요. 제가 제일 힘을 줬던 부분도 그거였어요. 영화는 컷을 많이 나누지 않으니까 최대한 연기가 자연스러워야할 것 같았어요. 대사 진행도 빨라야 하고요. ‘쟤 왜 드라마 연기해?’ 그런 말이 안 나오게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아, 그리고 또 코미디 장르다 보니까 조금 오버를 해도 되겠더라고요. ‘(인물들 중) 나 혼자 좀 밋밋한가?’라는 아쉬움이 들긴 했어요.

-영화와 드라마 연기, 스스로 어떤 차이 느꼈나.
“드라마는 상대방과 제 대사 사이에 컷이 들어가요. 대사와 대사 사이에 살짝 간격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 것도 계산을 해야 돼요. 시선은 항상 뭔가에 주고요. 근데 영화는 진짜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 거예요. 오히려 대사가 맞물려도 되고요. 그래서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힘들었다기보다 부담이 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화가 처음이고, 내 목소리가 (드라마에서보다) 더 크게 들릴 테고…. 그래서 발성이나 발음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했어요.”

-이전에 그런(발성·발음) 지적이 있긴 했다.
“영화에서 그게 틀리면 진짜 크게 들릴 것 아니에요. 그래서 좀 많이 연습했어요.”


-코미디 장르라는 점도 새로웠겠다.
“그렇긴 한데 제가 웃기는 장면은 별로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친구들한테 ‘나 코미디 영화 나왔으니까 재밌게 봐’ 이렇게는 말을 못하겠는 거예요. ‘난 웃기는 거 없으니까 일단 나한테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극 자체를 재밌게 보라’고 했어요(웃음). 찍으면서도 애드리브를 해볼까 하다가 용기가 차마 나질 않더라고요. 제가 개그에 능하지 않으니까 해봤자 편집 될 것 같고 막 부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차라리 대본에 충실하자 했죠. 다음번엔 욕심을 좀 더 부려 보려고요.”

-원래는 이렇게 활발한 성격인데 말이다.
“네 맞아요. 어쩌다 보니 비련을 많이 맡게 됐는데…. 어릴 때는 제 성숙한 보이스톤이나 외모가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좀 밝은 걸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항상 ‘쟤는 좀 우울한 애. 조용하고 말이 많이 없는 애’라고 보게 되는 것이 스스로 좀 답답하기도 했어요.”

-무거운 역할하면 마음도 무거워지지 않나.
“현장에서도 크게 웃고 떠들지도 못해요. 그러다 심오한 연기를 좀 못하면 ‘쟤는 감정이나 잡고 있지 떠들다가 저렇게 못하나’ 이런 소리 들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웃음). 그래서 괜히 쉴 때도 감정 잡는 척하면서 가만히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서 처음 애교도 선보였다.
“저 진짜 처음 했어요! 제가 원래 애교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찍을 땐 ‘내가 어색해도 남에게 어색하게 들리지 않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진짜 꿋꿋이 철판을 열 개 깔고 했어요(웃음). 처음 보신 분들께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걱정이 좀 있었죠. 하하.”

-남자 관객들 반응이 좋던데.
“무반응이면 어떡하나 진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다행히 그렇진 않은 것 같아서 내심 다행이에요(웃음).”

-첫 영화 ‘위험한 상견례2’는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 같나.
“일단 첫 스타트가 좋은 것 같아요. 관객 수가 어떻게 들든 저한텐 정말 즐거운 촬영이었거든요. 그리고 ‘배우 진세연’으로서 제 캐릭터에 대한 인식 변환이 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조금은 뿌듯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면에서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소감은.
“일단 새로운 출발이라고 느껴요. 영화는 처음인데 주연으로서 나온 거니까 그만큼 부담도 되고요. 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설레면서도 떨리기도 하고…. ‘안 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하면서 즐거웠으니까 된 거야’라고 합리화하기도 해요(웃음). 여러 감정들이 포함되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시작도 궁금하다. 처음 연기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연기자는 (제게) 생각도 못한 직업이었어요. 저랑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중학교 때 캐스팅 명함을 받다보니 관심이 생겼어요. ‘이런 일을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요. 그러다 우연찮게 광고를 찍게 됐고, 본격적으로 회사(연예 기획사)에 들어가서 연기 수업을 받게 됐어요.”

-원래 다른 꿈이 있었나?
“확고한 꿈은 없었어요. 사실 삶도 무미(無味)하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꿈이라고 해봤자 초등학교 선생님? 만약 배우가 안됐다면 평범하게 학점 잘 받기 위해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별 다른 거 없이.”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당황스럽진 않았나.
“광고랑 영화·드라마 조연, 아역 등 많이 했어요. ‘드라마 스페셜’에 나오기도 했고요. 처음부터 주연은 아니었고 여러 개를 거치면서 간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사람들보단 주연을 맡을 기회가 빨리 오긴 했지만요. 그리고 제가 항상 잘 안된 작품은 없는데 그렇다고 KBS2 ‘꽃보다 남자’(2009)처럼 ‘빵’ 터졌다거나 그런 건 없어서(웃음). 오히려 요즘 들어 그런 걸 느껴요. 실시간 검색어에도 자주 오르고, 영화를 찍으면서 제 팬이 많아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웃음).”

-인기 실감하나.
“그죠. 일단 학교에서 진짜 많이 알아봐요. 학교에선 제가 이 상태(풀 메이크업과 완벽한 착장)로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끼리 그냥 다니는데도 알아봐주시더라고요. 그럼 되게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해요(웃음).”


-배우 생활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나.
“제가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와 닿지 않았을 때? 나는 좀 더 뭔가 표현하고 싶은데 안 따라줄 때 진짜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전과 다른 표정도 해보는데 또 비슷해 보이고…. ‘쟤는 왜 저렇게 항상 똑같은 거야’ 이런 댓글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떻겠어요. 그런 한계를 느낄 때가 힘든 것 같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 기운 빠지겠다.
“열 개의 칭찬을 들어도 그 중에 하나의 악플을 보면 그 하나가 너무 신경이 쓰이잖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했는데…. 사람이 참 이상한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리니 더 많이 흔들릴 것 같다.
“제가 생각보다 남을 많이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저도 남한테 그러고, 남도 나한테 뭐라 하든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었죠. 근데 남이 하는 말을 신경 안 쓸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이런저런 조언도 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또 보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잖나.
“네. 맞아요.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워낙 또 많으니까(웃음). 진짜 항상 비례하는 것 같아요. 우는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웃는 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지난 길을 돌아본다면.
“요즘 들어 조금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운도 좋았고,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더 잘 될 수 있는 길이 있을 거다’라는 마음이 더 생긴 거 같아요. 영화도 찍고 좀 안정을 되찾으면서요.”

-어떤 목표를 갖고 배우 생활을 해나가나.
“제일 듣고 싶은 말은 ‘믿고 보는 배우 진세연’. 이게 제 최종목표에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배우로서 정말 제대로 된 길을 걸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근데 현재로서는 일단 작품을 보시고 ‘진세연이 저런 다른 이미지가 있구나, (저런 것도) 잘 어울리네?’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요(웃음).”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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