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전체적인 생존율과 더 이상 병의 악화가 없는 상태의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등 우수한 임상시험 결과를 보여줍니다. 특히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구토, 탈모, 백혈구 감소 등의 부작용이 적고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약물입니다.”
호주 루드비히 암연구소 조나단 세봉 소장(Dr. Cebon, Director)은 1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면역항암제의 안전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에서 표적항암제를 잇는 새로운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항암 치료에서 최근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치료제로, 기존의 항암제와는 달리 암세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인체 내 면역계를 회복시킨다는 원리에서 개발됐다. 과연 이 면역항암제가 항암제 역사를 새로 바꿀지 여부를 두고 의료계 그리고 환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우선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어떻게 암세포를 사멸시킬까. 암세포의 PD-L1과 PD-L2 단백질은 면역계 T세포의 PD-1과 결합해,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는 T세포를 무력화시킨다. 옵디보는 PD-1과 결합해 PD-1과 PD-L1 및 PD-L2 사이의 상호작용을 차단함으로써 T세포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인간형 항 PD-1 단일클론 항체다.
옵디보는 PD-1 표적 면역항암제로서 현재 흑색종 환자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여보이도 T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T세포의 CTLA-4 단백질과 결합해 T세포가 무력화되는 것을 막고 T세포의 증식을 증가시킨다. 여보이는 세계 최초 FDA 승인을 받은 면역항암제로, 현재 흑색종 치료의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면역항암제인 여보이와 옵디보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흑색종 치료제로 국내 승인된 바 있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의 악성 변환을 특징으로 하는 종양의 형태로, 피부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피부암중에서도 예후가 극히 좋지 않다. 전이성 흑색종은 그 중 가장 치명적인 유형으로 암이 피부 표면에서 다른 기관으로 퍼져나간다.
흑색종은 조기 치료 시 대부분 치료 가능하나,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흑색종은 후기에서 1년 사망률이 75%에 이르는 가장 공격적인 암 중 하난데, 이 때 상당한 수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하다. 또 흑색종은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제공되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기존 약물 요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데, 옵디보와 여보이의 출시는 이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 조나단 세봉 소장은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라며 “흑색종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며 더 효과적인 암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옵디보와 여보이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옵디보 3상 CheckMate-037 임상시험 결과에서 옵디보 투여환자의 32%가 T세포에 의한 면역반응을 보였으며, 반응을 나타낸 38명 중 33명(87%)은 2.6~10개월 이상까지 반응이 계속됐다. 이중 13명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반응했다.
여보이의 임상시험 결과 또한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여보이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색종 환자 1800여명의 생존율 분석에서 약 3년째부터 안정적인 생존율을 보였다. 이때의 생존율은 22%이며, 일부 환자의 경우 10년까지도 생존했다.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흑색종은 대부분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환자가 수술이 불가한 상태로 이 환자들에게 기존 약물 요법은 효과가 미미해 적절한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며 “최초 PD-1 억제제인 옵디보와 CTLA-4 억제제인 여보이는 수술이 불가능 하거나 전이성 흑색종인 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된 면역항암제이다. 이런 옵디보와 여보이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암의 근본적 치료에 중요한 전환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학계에서는 면역항암제가 흑색종 외에도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등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강 교수는 “최근에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흑색종뿐만 아니라 여러 암 종에 있어서 옵디보와 여보이의 유의미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로써 향후 다양한 암 종의 환자가 옵디보와 여보이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면역항암제도 내성 가능성이나 유전자 변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조나단 세봉 소장은 “암세포가 진화해 가고 변화해 가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도 변화해 간다. 면역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많은 환자들에서 내성이 발생하지 않지만, 소수환자에서는 일정 투여 시간이 지나면 생존곡선에서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면역항암제 투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우리 몸에서 면역계의 교란이 일어나 암이 재발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는 추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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