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코리아 결국 사과… 美 본사 비판 듣고서야 전량 폐기 결정 ‘한 편의 막장 드라마’

맥심 코리아 결국 사과… 美 본사 비판 듣고서야 전량 폐기 결정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기사승인 2015-09-04 12:01: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맥심 코리아가 9월호 표지 논란 끝에 결국 사과했다.

맥심 코리아 측은 4일 “최근 발행된 2015년 9월호 뒷면과 해당 기사란에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싣는 실수를 범했다”며 “범죄 현장을 잡지 화보로 연출하는 과정에서 결코 범죄행위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만,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전적으로 저희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판매 중인 9월호에 대해선 “전량 회수해 폐기하도록 자발적으로 조치하겠다”며 “이미 판매된 9월호 판매수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 성폭력 예방과 여성인권단체에 기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맥심 코리아 표지 논란은 막장 드라마였다. 맥심 본사의 비판과 표지 배우 사과까지 나온 다음에서야 입장을 내놨다.

미국 뉴욕에 있는 맥심 본사 대변인은 3일 허핑턴 포스트를 통해 “맥심 코리아가 출판한 표지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우리는 이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영국 패션전문지 ‘코스모폴리탄’도 2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미화시키고 있다며 ‘역대 최악의 표지’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이 사진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쁜 남자’와 여성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남성을 혼동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범죄 증가 등 한국 사회 현실도 꼬집었다. 2010년 한국 가정폭력 실태 조사 결과 기혼한 응답자의 53.8%가 배우자로부터 학대를, 16.7%는 신체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코스모폴리탄은 “지난해 한국의 여성평등지수는 전세계 142개국 중 117개국에 불과했다”며 “이런 사진(맥심 표지)들이 여성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폭력적인 범죄와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맥심 코리아는 범죄로 인한 희생자들과 가족들, 매일 공포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맥심 코리아가 9월호 판매를 중지하고 전량 리콜할 것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맥심 코리아는 9월호 표지에 배우 김병옥을 출연시켜 여성 납치를 연상시키는 화보를 실었다. 사진 속 검은 승용차 트렁크 밖으로는 여성의 다리가 삐져나와 있고, 두 발목엔 청테이프가 감겨있다. 옆에선 악역 배우로 얼굴을 알린 김병옥이 트렁크에 손을 얹은 채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표지 문구는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라고 썼다.

잡지 속 화보에도 여자 시체가 담긴 트렁크를 열거나 검은 비닐을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트렁크 속 여성에 손을 뻗치는 장면엔 “선생님, 오늘 촬영은 강간범이 아니라 살인범 콘셉트입니다만”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표지가 공개되자마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맥심 코리아 측은 “화보 전체의 맥락이 살인, 사체유기의 흉악범죄를 느와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적 요소는 화보 어디에도 없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성범죄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한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미화할 거였으면 소지섭을 썼겠지”라는 글을 올렸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맥심 코리아 측의 사과와 개선책이 없는 상황에서 표지 배우 김병옥 소속사 측은 “배우도 현재 많이 당황하고 놀란 상태다. 악역을 많아 맡아 그런 방향으로 화보가 진행될 줄 알았지만, 이렇게 파장이 커질지 몰랐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여성 폭력을 주제로 담은 화보는 아니다.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화보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지난달 26일부터 ‘맥심 코리아 : 여성의 현실적인 공포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하지 마십시오!’라는 청원 운동에 나섰다. 청원 대상은 맥심 코리아, 간행물윤리위원회, 여성가족부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여성들에게 현실적 공포 대상인 강력범죄의 가해자를 카리스마 있는 남성으로 미화시키고 피해자인 여성을 성적으로 조롱한 편집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심사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달 28일 맥심 코리아 9월호의 청소년위해간행물 결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위해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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