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타석’ 역대급 행운이었는데… 3연속 실책에 추신수 가을야구도 끝났다

‘추신수 타석’ 역대급 행운이었는데… 3연속 실책에 추신수 가을야구도 끝났다

기사승인 2015-10-16 00:10:56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항의, 오물 투척, 벤치클리어링, 경찰 출동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5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5차전은 막장, 그 자체였다.

발단은 추신수 타석이었다. 2대2로 맞선 7회 타석에서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2사 3루에서 나온 추신수는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볼을 골라내고 방망이를 세운 채 오른쪽 발을 뒤로 풀었다. 양발은 타석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때 토론토의 포수 러셀 마틴이 투수 에런 산체스에게 공을 던진다는 것이 그만 추신수의 방망이를 맞혔다. 방망이를 맞고 굴절된 공이 토론토 내야로 굴렀고, 그 사이 3루 주자 오도르가 홈을 밟았다.

심판진은 처음에는 ‘볼 데드’ 상황을 선언했지만 텍사스 벤치에서 강력하게 항의하자 합의 끝에 오도르 득점을 인정했다. 이내 토론토 홈 구장인 로저스 센터는 관중들의 오물이 투척됐다. 토론토 벤치는 거듭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7회말은 일촉즉발 상황의 연속이었다. 토론토 바티스타의 극적인 역전 쓰리런 홈런이 터지자 관중들은 열광했다. 바티스타가 타격 직후 배트를 던지자 텍사스 덕아웃은 술렁거렸다. 후속 타자 엔카나시온이 관중을 진정시키는 동작을 취하자 사건이 발생했다. 텍사스 투수 다이슨이 시간 지연에 따른 불만으로 엔카나시온에게 다가가자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갑작스런 벤치클리어링에 일부 관중들은 또다시 경기장에 오물을 투척했다. 텍사스 덕아웃쪽에 위협을 가해 배니스터 감독이 경찰에게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텍사스는 3대6으로 패해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2패 뒤 3연승으로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 토론토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대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승자와 월드시리즈 티켓을 놓고 다툰다.

텍사스는 원정에서 1~2차전을 따냈지만, 홈에서 3~4차전을 모두 내줬다. 토론토는 홈 1~2차전 패배 후 3연승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가는 역대 세 번째 팀(2001년 뉴욕 양키스, 201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됐다.

이날 패했다면 역적으로 몰릴 수 있었던 토론토 포수 마틴은 경기 직후 클럽하우스 파티에서 취재진과 만나 7회초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실점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마틴은 “나는 정말로 추신수가 거기에서 팔을 뻗은 것을 보지 못했다”며 “나는 그냥 공을 잡아서 무척 편안하게 투수를 향해 던졌다. 그런데 그 공이 그(추신수)의 배트를 맞았고, 그다음은 알다시피 실점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 야구 인생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은 결코 없었다. 나는 그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추신수)는 타석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이 모든 상황 중에 단지 하나였을 뿐이고, 무척 특별한 뭔가를 연출할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당초 볼 데드 상황을 선언한 뒤 텍사스 득점을 인정한 데일 스캇 구심도 “내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처음에는 규정을 혼동해 타임 아웃을 외쳤지만 계속 생각해보니 타자의 고의성은 없었다. 타자도 배터 박스에 있었고, 배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심판을 불러모았다. 고의성이 없고 타자가 배터 박스를 떠나지 않았다면 그 공은 살아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는 타자가 배터 박스에 머무른 상태에서 포수가 투수를 향해 던진 공이 타자의 신체나 그의 배트를 맞혔다면, 그리고 심판이 판단하기에 타자의 고의성이 없다면 그 볼은 살아 있고, 인플레이 상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록 팀 탈락을 막진 못했지만 추신수는 이날 분전했다. 추신수는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1대0으로 앞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신시내티 레즈 소속이던 2013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대결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린 이래 2년 만에 가을 잔치에서 나온 통산 두 번째 홈런이다.

추신수는 5회와 7회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텍사스는 행운의 득점으로 3대2로 앞섰지만 7회말이 악몽, 그 자체였다. 내야진의 3연속 실책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바티스타에게 쓰리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3대6 상황에서 맞은 8회초 공격에서 추격 기회를 얻었지만 연속 삼진으로 무산됐다.

추신수는 이번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타율 0.238(21타수 5안타), 홈런 1개, 2타점, 4득점을 올렸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250(24타수 6안타), 홈런 2개, 3타점, 6득점이다.

다음은 경기를 마친 직후 추신수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는데 소감은.
▲많이 아쉽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했으니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 우리 팀이 항상 잘해 온 게 아니다. 어렵게 어렵게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고맙다.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렸다. 노리고 들어갔나.
▲노린 것은 아니었다. 투수를 이전에 상대해 봤기 때문에 어떤 구질을 던질 것이라는 느낌만 가지고 쳤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

△7회 초 3점째를 얻은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야구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야구 룰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룰은 몰랐다. 그런 상황이 큰 경기에 나와서 미안한 것보다는 당황스럽다. 큰 경기의 결승점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룰은 룰이다.

△이후 토론토 관중들이 화났는데.
▲화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물병 던지는 것은 삼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7회말 내야 실책이 패인이 됐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평소에 잘하던 선수가 그런 실수를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누구 한 명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들 잘했다.

△한 시즌이 끝났는데 이번 시즌을 평가한다면.
▲올해처럼 많이 느끼고 힘들어했던 적이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이 안 좋았지만 큰 부상도 없고, 마무리도 잘해서 좋다.

△앞으로 계획은
▲집에서 쉬어야겠다. 못했던 아빠 노릇도 하고, 애들하고 시간 보내겠다.

△내년에 해 보고 싶은 것은.
▲여기까지 와 봤으니까, 내년에는 우승을 해 보고 싶다. 부상선수들이 돌아오고 전력이 보강되면 내년에 더 좋은 팀이 될 것 같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