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축구 대통령’ 꿈은 이대로 꺾일 것인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노리던 정 명예회장이 연이은 암초를 만났습니다.
이달 8일 FIFA는 정 명예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6년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제롬 발케 전 FIFA 사무총장에겐 자격정지 90일 징계가 내려졌죠. 징계는 발표와 동시에 유효하며, 징계를 받은 인물들은 해당 기간 자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축구 관련 행위가 일체 금지됩니다.
정 명예회장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26일로 마감되는 차기 회장 선거 후보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블라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 발케 전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횡령 등 범죄적 행위에 관련된 혐의를 받는 사람들임에도 90일 잠정 제재를 가한데 반해 나에 대해선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와 같은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특히 윤리위는 조사 개시 당시 문제 삼았던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국제축구기금 계획을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을 제재 이유에서 제외하고, 단지 조사 과정의 태도를 근거로 삼았다”며 “이는 이번 윤리위 제재가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징계의 단초인 국제축구기금 계획의 정당성을 피력한 셈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선거 후보등록은 쉽지 않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FIFA 윤리위가 결정한 6년간의 자격정지 처분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해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요청을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FIFA는 회장 선거일을 미루자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내년 2월 26일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21일 “FIFA의 방해로 회장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까지 등록이 어려워 보인다”며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FIFA 제재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FIFA에 대한 분노도 폭발했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스위스 법원이 기술적인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은 FIFA의 부패상을 고려하지 않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취리히 판검사들이 FIFA로부터 월드컵 결승전 축구 입장권을 받는 등 유착관계에 있다는 비판을 고려할 때 법원이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차기 회장 선거는 블라터 FIFA 회장 측근들의 불공정하고 부당한 개입으로 벌써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언론에서는 블라터가 내년 2월 26일 차기 회장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계속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고 보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정 명예회장이 자격정지 6년 처분을 받은 것에 이어 FIFA 회장 도전도 꺾이게 되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은 복잡합니다. 7선 국회의원인 그는 사실 그동안 각종 사건들로 인해 온라인에서 그리 큰 인기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부패의 대명사로 자리한 블라터 FIFA 회장 세력에 밀려 후보등록 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려 동정론도 함께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해 유력 대권 주자 반열에서 이탈한 정 명예회장 입장에선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묘한 반등점이 마련된 셈입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