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문화토크] 누구를 위한 영화제인가? 대종상측, 배우들 모두 잘못됐다

[이호규의 문화토크] 누구를 위한 영화제인가? 대종상측, 배우들 모두 잘못됐다

기사승인 2015-11-23 10:54:56

[이호규의 문화토크] 제52회 대종상영화제는 대종상 역사상 가장 비판받는 굴욕의 영화제가 됐다.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는 대종상을 놓고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에 참석 자체를 거부한 배우, 감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편으로는 수 년 동안 영화제 운영을 놓고 대종상 운영권을 꿰차려는 이권 다툼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대종상은 영화감독협회, 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영화배우협회 등 8개 직능협회가 모인 영화인총연합회가 주최해 온 영화제다. 하지만 최근 전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이 따로 사단법인을 만들어 대종상 운영을 독립시키고 대종상 관련 행사를 외부업체에 맡기고 리베이트를 받는 식으로 비리가 난무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지금도 영화인총연합회와 산하 협회들 간 내부의 불신이 심해 향후 대종상 운영에 관한 시스템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영화제 개최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만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권관계와 난장판이 52회 대종상영화제를 망치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 이번 대종상은 영화계 인사들, 배우들조차 등을 돌려버린
사건이었으며, 부끄러움이었다. 이번 영화제를 망쳤던 원인이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고수했던 대종상 주최 측의 고집 때문이었는지, 배우들이 미리 대동단결해 불참하자며 보이콧을 한건지 알 수 없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요, 시청자들이다. 이번 영화제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작품의 배우를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수상으로 눈물을 흘리는 배우도 없었고 시청자들은 감동적인 장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네티즌들이 대종상영화제를 보는 시각은 더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다. "이렇게 할 거면 대종상 영화제를 폐지하라"는 강경한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작품 선정의 공정성과 몰아주기식 관행은 대종상에 항상 붙어 다니는 꼬리표였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은 기존보다 더 개선되고 공정하고 발전된 대종상영화제를 기대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영화산업의 자본력과 기술이 성장하고 지적인 문체와 정교한 플롯,
재미난 이야기로 현실감이 높아지면서 관객들의 눈높이는 더욱 향상되고 있다. 이에 그 나라의 영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제는 영화인의 축제요, 일반인들의 최고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영화제의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아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대종상 집행위도 문제였지만, 갖은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은 배우들도 문제다. 이 부분은 배우들 자신도 대종상의 명예나 걸어온 역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 예이다. 미국의 아카데미시상식이나 프랑스의 칸영화제였다면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았을까. 상이 권위가 있고 누구나 인정하는 영화제였다면 수상자들은 자랑스럽게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영화제 시상의 노미네이트를 2주전에 통보한 대종상측도 운영의 허술한 부분이 많았고, 갖은 스케줄로 바쁘다하지만 남녀 주연 후보들이 모두 불참하고 주연상 외에도 대부분의 부문에서 대리수상을 하는 전례 없는 영화제로 관객들의 뇌리에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대종상은, 청룡영화상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해왔던 영화인들의 축제이다. 하지만 그 권위는 영화인들
조차도 관심 밖 행사가 되어버린 채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대종상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같이 수 천 명의 회원제를 도입해 회원들이 정당하게 각 부문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카데미의 경우 감독협회, 촬영감독협회, 배우조합, 일반인 등 영화에 필수적인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로 구성해 공표하고 냉정하고 공정한 평가로 수상자들과 작품을 선정한다. 이런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대종상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 역시 스케줄에만 몰두하는 상업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영화제를 사랑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제2의 칸, 아카데미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호규 남예종 연기예술학과 교수. 대중문화평론가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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