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정말 애인이 무서운 세상입니다.
광주광역시 한 사립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올 3월 연인 사이인 동기 남성 B씨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B씨가 “술 마시고 이제 집에 들어간다”고 하자 A씨는 잠결에 “응, 알았어. 잘 자”라고 답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B씨가 재차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전화를 싸가지없이 받았다”며 다짜고짜 욕을 한 B씨는 A씨가 자취하는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웃집에게 피해가 갈까봐 문을 열어준 A씨의 끔찍한 밤의 시작이었습니다.
A씨는 아침 8시까지 무려 4시간 동안 폭행을 당했습니다. SBS와 인터뷰에서 A씨는 “뺨을 한 200대 넘게 때리고, 발로 차고, 목을 계속 조르고, 얼굴에 침 뱉고”라며 당시 끔찍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중간에 집 밖으로 도망갔었는데 다시 질질 끌려 들어와서 맞았다”고도 했습니다. A씨는 폭행하다 잠든 B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A씨 집으로 찾아오고 나서야 잔혹한 폭행의 밤은 끝이 났습니다.
이전에도 B씨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A씨는 B씨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당시 상황을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이 녹음 파일을 제출했습니다. A씨는 오른쪽 갈비뼈 2개가 골절돼 전치 3주 상해진단서도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B씨를 상해죄로 기소해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이 다소 괴이합니다. “대학원에서 제적될 우려가 있다”며 벌금 1200만원이 선고됐기 때문입니다. B씨는 또 다른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 합의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최모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 상해 정도(전치 3주)가 아주 중한 편은 아니지만 2시간 이상 폭행이 이어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B씨가 반성하고 있고, 다른 전과가 없으며, A씨를 위해 500만원을 공탁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B씨가 집행유예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SBS 보도가 나오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달아올랐습니다. “허리 아퍼? 허리가 아파요? 눈물이 나요? 이 XX, XXXX아! 어?” “살고 싶어? 니 그 허접한 쓰레기같은 인생도 중요해? 아까워? 응? 근데 사람을 니가 뭔데?” 등 B씨가 A씨를 폭행한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온라인은 분노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SBS는 “취재진 조차 녹취를 한번에 다 듣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시간이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분노는 학교와 법원으로도 향했습니다. 1심 재판 결과가 벌금형으로 나온 뒤 A씨는 “앞으로 같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 게 정말 너무 싫고 무섭다. 내가 피해자인데도 당당히 못다니고 가해자랑 마주칠까봐 가슴졸이며 피해 다녀야 한다”며 학교 측에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 최소한 학년이 나뉘게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광주지법과 최모 판사에 대한 비판도 들끓고 있습니다. 최모 판사가 내린 과거 판례들까지 정리한 게시물이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 잇따라 벌어진 데이트 폭력 사건에 충격받은 여론은 판결이 잘못됐다며 청원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파문이 계속 확산되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 학생협회는 성명을 통해 “해당 학교 측의 처사는 사건에 관계된 학생들뿐 아니라 다른 재학생들에게도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며 “학교는 피해 학생 보호와 적극적인 해결 방안 모색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결국 이 학교는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의전원 학생의 폭행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30일 12시 해당 학생의 징계 처리를 위한 학생지도위원회를 개최했다”며 “법률상 징계는 해당자에게 소명기회를 주게 돼 있어 1일 17시 가해자의 소명 절차를 거쳐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