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어쩌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화끈하게 지갑을 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막판 ‘롯데 시네마’가 아니라 진짜 ‘롯데 시네마’인지도 모르겠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는 ‘2015년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내놨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롯데쇼핑의 영화사업 부문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는 그야말로 죽을 쒔다. 대박은커녕 중박도 없다. 다음달 개봉하는 ‘조선마술사’ 성적 가지고는 반전을 꾀하기도 힘든 처지다.
롯데는 올해 10월까지 총 7.5편의 한국영화를 투자·배급했다. 관객동원은 410만명, 점유율은 4.5%에 그쳤다. ‘암살’ ‘베테랑’ 등 영화 한 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할 때 롯데는 편당 60만명을 동원한 셈이다. 당연히 매출도 떨어져 322억원에 그쳤다.
CJ E&M의 CGV처럼 롯데시네마라는 자체 극장 체인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롯데는 빅2도 아니다. CJ E&M은 10월까지 총 13편의 한국영화를 배급, 총 3476만명을 동원하며 관객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2721억(38.7%)에 달한다. 롯데의 8배를 넘는 수치다.
롯데를 밀어내고 CJ E&M과 빅2를 차지한 곳은 한국영화 8편을 배급해 관객수 2806만명, 매출 2193억원을 올린 쇼박스다. 3위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로 롯데와 마찬가지로 한국영화 7.5편을 배급해 관객수 1392만명, 매출 1068억원을 거뒀다.
롯데의 이같은 부진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치열하게 자사 계열이 투자·배급한 한국영화에 치중한다. 개봉 첫 주가 특히 그렇다. 너무 집중 견제한 탓에 쇼박스와 NEW가 투자·배급한 영화 상영관을 오히려 늘리기도 한다. 내가 잘 될 수는 없어도 상대방을 안 되게는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파른 흥행세 앞에서 극장도 어쩔 도리가 없다. 잘 되는 영화는 상영관에 걸 수 밖에 없다. 올해 롯데가 부진했던 것은 투자·배급한 한국영화가 크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협녀, 칼의 기억’ ‘서부전선’이 대표적이다. 롯데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할 법했던 두 영화는 합쳐서 100만 남짓의 관객이 들었다. 200억 가까이 투자했지만 매출은 80억에 그쳤다.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
그렇다고 롯데가 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배급해 약 1000만을 동원, 7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적어도 외국영화를 보는 눈은 있었던 셈이다. 1000만 한국영화 한 편 없다는 세간의 비아냥을 불식시키기 위해 창작 시나리오 발굴에 누구보다 힘쓰기도 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좋은 영화를 투자·배급하고도 개봉 시기나 전략 부재로 흥행이 안 된 작품들이 많다”며 “투자·배급 일선에서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홍보 탓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