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KT롤스터의 ‘전설’ 이영호가 은퇴했다. 2007년 처음 프로무대에 데뷔한 지 8년만이다.
지난 1일 이영호는 “이제는 선수 생활에서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휴식을 취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이영호는 ‘최종병기’, ‘소년가장’이란 호칭에 걸맞게 ‘올킬’, ‘역올킬’을 심심찮게 하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팀과 팀의 대결이 아닌, 이영호와 팀 간의 대결이라 칭할 만큼 이영호의 기량은 압도적이었다. 스타크래프트1 초창기에 임요환이 있었다면 후기의 상징적 존재는 이영호다.
위메이드 폭스에서 연습생으로 프로게이머로서 길을 걷기 시작한 이영호는 2007년 KTF에 입단했다. 이듬해 스타리그에서 만 15세 8개월 10일의 나이로 최연소 개인리그 우승기록을 세우고, 09-10 프로리그에서 KT 창단 첫 우승을 그야말로 ‘개인의 역량’으로 성사시켰다. 당시 이영호는 리그 다승왕과 결승전 MVP를 동시에 차지했다.
2010년엔 3시즌 연속 온게임넷과 MBC게임 양대 개인리그 결승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영호는 한 해 동안 우승 4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대개 그의 전성기를 2009년 말부터 2011년 중순경까지로 본다. 당시 이영호는 281경기에 나서 220승 61패, 승률 77.1%를 기록했다.
8년간 프로생활을 하며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MSL 32강에서 김택용을 상대했던 경기가 특히 자주 회자된다. 그 경기에서 이영호는 초반 전진 배럭을 시도하지만 이른바 ‘귀맵’으로 팬들의 함성이 신호가 되어 김택용에게 들키고 만다.
사실상 ‘올인 러쉬’였기에 그대로 패배를 상징하는 ‘GG’를 선언할 법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장기로 치면 포차를 떼고 시작한 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그는 차분하게 경기를 후반으로 이끌며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상대 김택용이 당대 최고의 프로토스 유저였던 만큼, 이 경기는 3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이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이걸 이기다니”, “시작할 때 SCV 한 기 빼고 시작해야 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영호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했다.
23살의 나이, 현역에서 은퇴하기엔 상당히 이른 나이지만 당장 그에겐 휴식이 필요한 모양이다. “무엇을 하든 마우스와 키보드를 놓는 일은 없을 것 같다”란 그의 마지막 말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어볼 뿐이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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