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박병호, 김현수 입단 때와는 아예 공기 자체가 다릅니다. 계약 조건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좋은데 응원 보다는 비판이 훨씬 많습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오승환 이야기입니다.
오승환은 이날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은 꿈이었다”며 “한국와 일본에서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환경,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도전한다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엷은 미소를 띄기는 했지만 특유의 담담한 표정이었습니다.
오승환의 에이전시에 따르면 계약 조건은 보장기간 1년에 1년 옵션이 붙은 1+1년 계약입니다. 총액 1100만달러 설이 유력합니다. 당초 예상한 것보다 좋은 계약 조건입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인 세인트루이스의 일원이 되어 영광으로, 제게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를 보내준 카디널스 구단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이며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후회 없는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에서는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강점은 포심 패스트볼(직구)”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오승환을 격하게 환영했습니다. 존 모젤리악 단장은 “오승환이 우리 팀 불펜의 일원이 된다는 데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오승환은 가장 큰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했기에 그의 능력과 경험이 우리 팀 불펜 기량을 두드러지게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아시아 야구 역사상 최고 구원투수 중 한 명을 영입해 카디널스의 영향력을 아시아 시장까지 확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만족해했습니다.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오승환이 대단한 구종과 성적을 남겼다”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거둔 성적이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통할지 비교하겠지만, 좋은 선수는 (어디에서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보직에 대해선 “마무리 투수로 성공을 거둔 오승환을 불펜 어디에 기용해야 할지를 고려해 더욱 탄력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하겠다”며 신중론을 나타냈습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따른 질문도 나왔습니다. 모젤리악 단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말 그대로 단순한 카드게임에 돈을 걸었던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오승환과의) 계약을 추구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승환은 지난해 11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각각 4000만원대 바카라 도박을 벌인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내 복귀시 시즌 50%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재계약이 좌절된 오승환 입장에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을 신세였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표정은 복잡합니다.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도 많지만 실망스럽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오승환이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큰 잘못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문을 내놓긴 했지만 팬들 앞에 직접 사과를 하지 않은 탓이 큽니다. ‘사과 대신 입단식’ ‘국내로 복귀하지 않길’ ‘도박 선수 수출’ 등 날선 비판이 올라왔습니다. 한 매체에선 아예 ‘오승환을 응원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칼럼까지 나왔습니다.
생중계 편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이어 이대호까지 메이저리그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도박 파문을 겪은 오승환을 홀대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불펜 보직이라 실제 편성이 다소 난해하기도 합니다.
도박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한 번도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은 오승환은 13일 오후 4시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인터뷰를 가집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기쁨이 앞서겠지만 따가운 팬들 시선 앞에 어떤 소감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