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뻔하지만 착한 영화 ‘오빠생각’ 관객들 울릴까

[쿡리뷰] 뻔하지만 착한 영화 ‘오빠생각’ 관객들 울릴까

기사승인 2016-01-20 13:29: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영화 ‘오빠생각’ 포스터는 참 잘 만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최근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많은 소녀와 여성이 등장한 듯 하다. 임시완과 고아성은 전작들에서 내면적으로 무거운 역할을 맡아서 그렇지, 미소가 참 예쁜 배우들이다. ‘작은 노래가 만든 위대한 기적’이라는 문구도 좋고, 포스터 전면에 흐르는 웃음은 어떻게 하면 더 강렬하고 반전 있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만 골몰하는 다른 포스터들과 결이 다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영화를 연출한 이한 감독을 굳이 ‘완득이’로 수식했어야 하는지다. 50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영화고,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아인을 세상에 알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감독을 한 작품의 틀로 가두는 것 같아 좀 씁쓸하다. 김희애를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불러낸 전작 ‘우아한 거짓말’을 같이 좀 써 주든지 말이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고아들로 꾸려진 어린이 합창단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한상렬(임시완)은 피아노 대신 총을 잡아야만 했다. 지켜야 할 동료들도 모두 잃어 후방으로 전출된 순간 보육원을 맡으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전쟁 때문에 가족을 잃은 군인이 전쟁 고아들을 돌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갈등케 했지만 한상렬은 자원봉사자 선생님인 박주미(고아성)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고 지휘한다.

제목에서부터 착한 분위기를 물씬 풍겨 ‘감성팔이’ 색채가 짙지만 영화는 전쟁이라는 케케묵은 소재 속에서도 구원과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잘 버무려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공간에서도 싹트는 욕심을 대놓고 비판하기보다 노래를 한 줄기 구원의 빛으로 삼았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맞추는 모습은 역설적이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포인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소위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발상은 당시 사회 계급적으로 함께 부대낄 수 없었던 시대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고아들을 보살펴주는 척 하면서 돈벌이에 골몰하는 빈민촌 대장 갈고리(이희준)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는 시선도 불편하다. 수시로 눈물샘을 자극시키려는 연출은 과잉돼 있고 너무 전형적이다.

하지만 ‘오빠생각’은 음악과 연기로 지탱하는 힘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수차례 쓰인 합창이었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의 노래는 단순한 힐링을 넘어 감동의 울림이 있다. 투박하지만 호소력 있게 사운드를 잡아냈고, 개개인 표정과 전체를 아우르는 촬영과 편집도 좋다. ‘변호인’과 ‘미생’을 통해 가수 겸 배우가 아니라 배우 겸 가수가 더 어울리게 된 임시완은 특유의 무기력한 표정으로 약자의 상처를 대변하는 동시에 선하고 따뜻한 웃음이 만개한다. 또래 배우들과 격이 다른 필모그래피를 자랑하고 있는 고아성은 작은 역할이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추가했다. 어린 남매를 맡은 정준원과 이레는 두 배우와 감독의 극찬이 전혀 아깝지 않은 또 하나의 발견이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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