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려대 김동원 경영대학장 “대학 교육, 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으로 체질 바꿔야”

[인터뷰] 고려대 김동원 경영대학장 “대학 교육, 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으로 체질 바꿔야”

기사승인 2016-01-22 14:48:55

“고려대 경영대학, 한 마디로 혁신의 역사(History of Innovation)”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 구조로는 미래 암울…손실 감수하고 창업 독려해야”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수능에서 ‘전국 1000등’ 안에 들어야 들어올 수 있다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보수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엘리트라 불린 많은 이들이 이곳 출신이고,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의 CEO가 이곳에서 공부했다. 지난해 7월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CEO 중 단과대학으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 가장 많다. 또한 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을 비롯해 동 대학 출신 장·차관급 인사만 5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고려대 경영대학은 ‘지금’과 ‘미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었다. 110여년의 오랜 역사에 대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최초’란 수식어를 늘 달고 살만큼 경영교육의 새 가치창출을 선도했다.

2014년 11월 취임한 김동원 학장 또한 근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창업’과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이를 담은 정책을 시행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아래는 김 학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고대 경영대학 하면 재벌2세나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근래엔 창업에 초점을 둔 교육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대부분의 경영대학이 학생들을 기능적인 직장인으로 양성하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많은 학생이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을 놓고 보면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 세계 명문 비즈니스 대학들은 대부분 ‘창업’에 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탠포드, MIT, 유펜, 밥슨 칼리지 등이 그렇다. 밥슨 칼리지의 경우 ‘창업할 때 어떻게 우수인재를 끌어 들이는가’, ‘어떻게 자금조달을 할 것인가’, ‘기업이 성장한 뒤 요구되는 재조정’ 등 구체적인 사안에 관해 고민할 수 있는 강의가 마련돼 있다.

우리 대학 또한 ‘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으로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몇몇 강좌를 개설하는 단순한 이론의 전환이 아니다. 직접 자금을 가지고 창업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 경영본관 2층을 대대적으로 공사해서 창업지원센터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창업지원센터는 ‘창업 지원센터’와 ‘에듀케이션 센터’로 나뉜다. ‘창업 지원센터’는 30여개의 사무실에서 실제 창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엔젤 펀드로 10억 원 가량이 모금돼있는데, 300~500여만원을 각 사무실별로 투입해 창업을 경험할 기회를 줄 생각이다.

‘에듀케이션 센터’에선 수업이 진행된다. 본 대학 교수뿐 아니라 현장에서 창업 한 이들을 초빙하려 한다. 이들은 강의뿐 아니라 직접 사무실을 찾아 창업을 돕고, 조언한다.

물론 대부분의 창업 시도들이 실패할 테지만,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자 수업이 된다. 졸업할 즈음이 되면 창업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들을 융화한 진짜 창업인이 돼있을 것이다.

창업 지원센터는 고대 경영대학 학생을 최우선자로 모집하겠지만, 여건에 따라 고대에 관련된 사람, 아울러 고대와 상관없는 이들까지도 순차적으로 입주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벤처, 창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건강히 성장한다. 창업의 90%가 실패해도 10%가 잘 크면 나라의 뼈와 살이 된다. 근래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창업을 들 수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넥스트가 모두 그 결과다. 이처럼 한국도 큰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최근 양극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큰 빚을 져가며 학교에 다니고도 취업난에 시달리곤 한다. 이에 대해 느끼는 바나 대학 차원의 조치가 있는지.

-사회 양극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특별히 이를 실감한 건 지난해 의정부 화재사건에서다. 화재 당시 아파트에 경영대학 14학번 여학생이 있었다. 어머니와 불을 피해 내려오다가 2층에 다다를 때쯤 아래위로 불길이 치솟아 결국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는데, 학생은 작은 찰과상에 그쳤지만 어머니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어머니께서 식당일로 번 10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했던 모녀는 몹시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강당과 군부대를 전전하다가 문득 통장잔고를 보니 8만원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알고 지내던 친인척도 없던 학생은 그야말로 절망을 느꼈고 이에 학교에 도움을 청했다. 학교에 재난장학금이 있지만 이는 지급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사실만으로도 정말로 기특한 일이었다. 집안 형편에 발목 잡혀 공부를 할 수 없다면 양극화가 심화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매달 일부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비슷한 사례의 학생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발굴해 적극 돕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KUBS Dream Scholarship’을 만들었다. ‘고려대 경영대학에는 생활고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교육이념 아래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금 제도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하숙비, 주거비 등 생활비가 더 많은 지출이 드는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현재 KUBS Dream Scholarship은 10억 5630만원의 기금이 모였고, 현재 59명의 학생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빠짐없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 이 장학금은 생활비 명목으로 지원되고 있다.

고대 경영대학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우리 학교의 발전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혁신’이다. 대개 우리 대학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을 때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했기에 우리 대학이 걸어온 길은 ‘History of Innovation’이다.

1905년 을사조약으로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당시 감히 상과대학을 상상할 수 없을 때 ‘이재학과’란 명칭으로 개설했다. 1972년엔 독립적으로 경영관을 지었는데, 대개 한 건물 안에 사회과학 관련 학과가 모여 있었던 데 반해 우리는 독립건물을 지었다. 75년엔 최초로 경영대학으로 명칭을 바꿨고, 이후 경영학 석사 과정(MBA)과 최고경영자과정(AMP)도 처음으로 시작했다.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와 유럽경영대학협의회(EQUIS) 국내 최초로 인증을 받았고, 근래엔 세계 명문 비즈니스 스쿨 연합인 ‘CEMS Global Alliance’에 정회원 자격을 받았다. 현재 세계 30여개 대학이 등록돼있는 CEMS Global Alliance는 한 나라에서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인정받은 1개교만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일본 게이오대학교, 중국 칭화대학교 등이 가입돼 있다. CEMS Global Alliance는 가입교 간의 석사 과정 학생 및 인턴십 교류에 중점을 둔다. 각 회원교들은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기업과 공동으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를 다른 회원교에게 제공함으로써 국제 교류를 실시하게 된다.

국내 경영대학의 트랜드를 상당부분 선도하고 있다. 해외무대에선 어떤가?

-고려대 경영대학의 국제화 시도는 꽤 오래됐다. 이미 경영대학에 외국인 전임교수만 7-8명이 소속돼있다. 국내 경영대학 중에서 고려대 경영대학 만큼 외국인 전임교수가 많은 곳은 없다. 그만큼 국제화를 위한 본 대학의 애착은 각별하다.

우리 경영대학 강의는 60% 이상이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교수회의 또한 영어로 진행한다. 학부부터 국제화에 걸맞은 교육이 시도되다 보니 본대학 출신 토종 박사들이 해외 전임교수로 채용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재무전공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나혜정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LA 전임 조교수로 임용됐고, 경영관리를 전공한 김주희 박사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과대학교 전임 외국인 교수로 임용됐다. 마케팅을 전공한 김영주 박사는 프랑스 NEOMA Business School의 전임 조교수로 채용되기도 했다.

토종 박사들이 해외 교수로 임용되는 것 자체가 해외 대학에서 우리 경영대학을 인지하고, 주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에 국제무대 가속화를 위해 유학준비반을 자체 구성했다. 지금까지 개인 차원에서 준비했다면, 이제 시스템적으로 적극 도움을 줄 생각이다.

미국 텍사스대(UTD)에서 세계 경영대학 연구순위(UTD Top 100 Business School Research Rankings)를 발표하는데, 이와 비슷한 취지의 연구를 고려대 경영대학도 실시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고려대 경영대학 세계 경영학 리서치 랭킹(The KUBS Worldwide Business Research Rankings)’이다. 저널선정에서부터 경영대학의 교수진이 직접 참여해 8개월에 걸쳐 86개 경영학 저널의 4만여 개 경영학 논문을 표본으로 삼았다.

UTD와 KUBS의 랭킹은 상당부분 유사하다. 상위권 대학 랭킹이 거의 유사하고 서울대, 연세대 등의 성적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

이 리서치 랭킹은 지금까지 아시아 경영대학이 수동적으로 평가 대상이 되었던 것을 넘어 현존하는 세계 대학 랭킹을 주체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권위 있는 경영학 분야 저널의 모든 논문을 데이터베이스화했기 때문에 국제기관의 대학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영대학의 경영학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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