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남자가 엘리베이터 몰래 따라 타 몰카 찍었는데도 무죄” 당황스러운 대법원 판결

“모르는 남자가 엘리베이터 몰래 따라 타 몰카 찍었는데도 무죄” 당황스러운 대법원 판결

기사승인 2016-01-24 12:57: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모르는 여자를 엘리베이터 안까지 뒤따라가 몰래 촬영한 20대 남자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자의 옷차림이 노출이 거의 없는데다,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해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4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유모(29)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유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총 49건의 ‘몰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모르는 여자의 다리 부분을 촬영한 48건은 1·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노출이 거의 없고 근접촬영 등으로 특정한 부위를 부각시킨 사진도 아니어서다. 그러나 피해자 A(24)씨가 신고한 한 장의 사진은 1심 무죄, 2심 유죄 판결을 받아 대법원까지 갔다. 가슴을 중심으로 A씨의 얼굴이 나오지 않은 상반신이 촬영됐다. 회색 티셔츠에 레깅스를 입고 있던 A씨의 모습에서 외부로 노출된 부위는 없었다.

경찰에서 유씨는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따라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기에 나도 모르게 타서 몰래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을 눈치 챈 A씨는 겁이 나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이후 CCTV 영상을 확인, 경찰에 신고했다.A씨는 법정에서 “CCTV를 확인하고 나서 수치스럽고 무서웠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몸만 촬영됐기 때문에 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촬영했다고 판단한다”고 진술했으며, 2심은 A씨의 발언을 존중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 주관보다는 사진의 객관적 특성에 중점을 둬 무죄로 판단했다.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윤곽선이 드러나지는 않았고 시야에 통상적으로 들어오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을 뿐 특별한 각도나 방법으로 찍은 사진도 아니라는 것. 대법원 측은 “유씨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으나 “촬영된 신체 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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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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