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흥행의 판도를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주연배우의 스타성부터 영화의 홍보 방식, 광고,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와 개봉 후 입소문까지 다양하죠. 그 중에서도 초기예매율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모바일 앱 영화예매가 늘어난 최근에는 더욱 그렇죠. 초기예매율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바일 앱 덕분에 다수가 선택한 영화에 흥미를 느끼고 영화를 예매하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초기예매율을 억지로 높인 영화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강매’에 의해서요.
앞서 지난 24일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의 금융위원회 강매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주연배우 임시완이 금융위원회의 ‘핀테크(fin-tech)’ 홍보대사를 맡고 있었고, 이에 금융위원회가 증권사·은행·보험사에게 ‘오빠생각’의 영화예매권을 최소 3000장에서 최대 1만 7000장까지 구입해달라고 협조요청을 했다는 것이죠. 금융위원회 측은 이에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대사의 영화 흥행을 도우려고 했을 뿐 강매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임시완이 홍보대사 활동에 있어 아무 대가를 받지 않고 활동했고, 이에 일부 금융회사가 임시완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마음으로 영화표를 구매, 직원 복지 차원에서 활용했다는 겁니다. 조직적 차원의 강매나 할당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그러나 이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른바 각종 금융회사들에 대한 ‘갑’의 입장이죠. 금융사들의 감독 권한을 가진 금융위가 “도와 달라”고 한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부탁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심지어 지난 6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오빠생각’ 언론시사회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금융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이 협조요청이 받아들여진 후 오빠생각은 개봉 당일까지 예매율 1위를 차지했으며, 개봉 이튿날에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영화 자체의 힘이라거나 임시완의 힘이라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죠. 앞서 밝혀진 바로는 ‘오빠생각’의 영화예매권은 약 4만 장이 금융사에 의해 판매됐다고 합니다. 4만 장. 영화의 흥행 여부를 논하기에는 극히 미약한 수치지만 개봉 초기에 이만한 수의 영화표가 선점된다면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큰 숫자입니다.
영화평론가 조원희씨는 25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금융사들의 의도가 좋았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홍보대사의 영화를 띄워주기 위해 금융위가 협조 요청을 했고, 이것이 예매로 이어졌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초기예매율을 부풀리는 간접적 지원도 영화판에서는 ‘반칙’인데, 수단까지도 강매라는 방식을 취한 것은 영화판의 왜곡을 부른다는 것이죠. 또 조원희 감독은 과거 관의 단체관람으로 흥행을 유도한 ‘연평해전’의 예를 들었습니다. ‘연평해전’의 배급사가 ‘오빠생각’을 배급한 회사와 같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지도 않죠.
금융위원회의 의도는 좋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빠생각’은 영화와 상관없이 강매 논란을 뒤집어쓰게 됐죠. 영화의 질과 상관없이 제작자에게까지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행위, 공정한 거래를 방해하는 행위가 관에 의해 자행되는 것은 지양돼야 하지 않을까요.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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