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강동원 “내가 가진 갈증, 연기 변신 아냐… 1000억짜리 영화 찍어보고 싶다”

[쿠키인터뷰] 강동원 “내가 가진 갈증, 연기 변신 아냐… 1000억짜리 영화 찍어보고 싶다”

기사승인 2016-01-30 08:00: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참 자주도 보게 된다. 2014년 ‘군도’부터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들’에 ‘검사외전’까지 개봉을 앞뒀다. 약 1년 6개월 동안 네 편의 주연 영화를 개봉하는 강동원을 최근 삼청동에서 만났다. 하도 열심히 일하다 보니 강동원의 기사에는 “급전 필요하냐”는 댓글도 있다. 그러나 강동원은 “돈 벌려고 영화를 찍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영화’는 안 만든다는 것이 강동원의 신조다. “허술하고, 재미만 추구하다가 뭔가를 놓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 같은 것들 있잖아요. 모든 영화 제작에서 수입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만들기 시작하면 어이없는 물건이 나올 확률이 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다면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어떨까. 애초 제작 당시 황정민과 함께한 라인업에 2016년 첫 1000만 영화로 낙점됐던 ‘검사외전’은 전형적인 오락 영화다. 강동원은 ‘검사외전’에 관해 “캐릭터 보는 맛에 연기한 영화”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한치원(강동원)과 변제욱(황정민)이 날뛰는 것을 보다 보면 러닝타임 126분이 훌쩍 지나간다.

“태생 자체가 캐릭터 영화예요. 시나리오 자체는 허술하지만 않으면 됐다고 생각했죠. 이일형 감독님하고 함께 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군도’ 시절 조감독을 하셨는데, 당시 꼼꼼하게 일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못 해도 기본은 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어서 더 좋았죠.” ‘검사외전’의 시나리오 초고는 그리 탄탄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원이 ‘검사외전’에 끌렸던 이유는 캐릭터다. 사기꾼 한치원을 보며 역대 한국영화에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했단다. 더 재미있는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언론시사회로 뚜껑은 열렸지만 아직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이기도 전이다. ‘1000만 영화 예약’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강동원은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계속 ‘1000만 영화’가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영화 제작 환경을 보면 1000만 영화는 계속 나와야 해요. 좋은 영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가 계속 나와야 영화 관객 풀이 넓어지거든요. 관객 풀이 넓어지면 영화 제작 예산도 300억에서 400억 원 정도로 커질 수 있죠.”한 마디로 시장 규모를 계속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강동원의 이 같은 말은 언뜻 출연료 욕심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한국에서 영화 스태프로 일해 보면 영화 제작 현장이 스태프의 목숨을 담보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예를 들어서 와이어를 타는 장면을 촬영한다 치면, 안전을 위해 와이어 두 개를 설치하면 예산이 두 배예요.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와이어 한 개만 설치하고 영화를 찍고들 있죠. 그런데 그거 끊어지면 죽는 거거든요. 스태프들 잠도 안 재워요. 시간이 다 돈이니까. 이틀 찍을 걸 하루에 몰아 찍어요. 밥값도 아끼죠. 길에서 주먹밥 먹어가면서 영화를 찍어요. 데뷔하고 10년을 넘게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안타까워요. 더 나아져야 하는데.” 강동원이 최근 다작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영화를 골라 꾸준히 출연하면서 영화 관객 풀을 넓히고, 예산을 높여 현장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세일즈를 하겠다기보다는 영화 현장을 더 낫게 만들어 보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좀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강동원이 최근 하고 있는 생각이란다. “저는 연기 변신이나 캐릭터 변화보다는 한국에서도 1000억짜리 영화 찍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더 커요. 한국 영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랑 해외 시장에서 싸워보고도 싶고.” 배우로서의 관점보다는 영화 산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스태프의 마음가짐에 가까운 말이다. “어떤 영화로든 전 아시아 동시개봉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그 날이 오면 축배를 들 거예요.”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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