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유럽 한달] 07. 파리- 현지인이 안내하는 파리의 맛집

[무작정 유럽 한달] 07. 파리- 현지인이 안내하는 파리의 맛집

기사승인 2016-02-04 00:40:55

[쿠키뉴스]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에게 유럽은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일년 혹은 반년 전에 예약한다면 비행기 값과 교통비 등을 많이 절약할 수 있지만 한 달 전에 여행을 결정한 이번 경우에는 나라 간 이동하는 비행기 값으로만 1인당 25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5개국 여행하면서 그 정도면 뭐…’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밤새 달리는 야간열차와 10시간 이상 달리는 야간버스 2번을 탔기 때문에 그나마 저 정도였답니다.

이 갑작스런 여행은 30년 동안 교직에 계시다 퇴임하신 박선생님의 제자들이 준비한 깜짝 환갑선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아직 유럽을 못 가보셨으니 환갑선물로 십시일반 유럽여행경비를 모아 보내온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패키지 여행이 내키지 않으셨던 선생님은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경험이 없던 터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계셨고요. 그런데 때마침 한 달 뒤에 퇴직하는 제게 감동적인 환갑선물 이야기를 꺼내셔서 ‘그래 당장 떠나자!’ 의기 투합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사전에 꼼꼼히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시간이 거의 없어 국가별 이동수단을 제외하고는 거의 현장에서 결정하는 즉흥여행, 그리고 최소경비로 다니는 것 이 두 가지가 컨셉 아닌 컨셉이 됐어요. 20대라면 불타는 열정으로, 달리 말하면 고생을 즐기며 몸으로 때웠겠지만 30대와 60대인 우리에겐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과 인맥이 있으니까 크게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리 다 알아보고 정해놓고 여행을 떠나면 자신이 아는 범위를 벗어나 여행하기 힘들어 집니다. 너무 자료조사를 많이 해서 어떨 땐 처음 오는 곳이지만 이 와본 듯, 이미 먹어본 듯 감동이 덜한 경우도 있고요. 약간의 인맥, 혹은 용기만 있다면 즉흥여행이 좀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저희도 원래는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그리스를 거쳐 사이프러스로 갈 생각이었지만 스위스에 사는 친구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바람에 스위스, 크로아티아를 거쳐 사이프러스로 이동하게 됐지요.

파리에서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민박집 식사와 도시락으로 식비를 절약하긴 했지만 때로는 비싸더라도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아닌 현지인을 위한 곳도 가보고 싶었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어떤 식당을 갈까 궁금했던 차에 발리에서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했던 파리지앙 마리옹이 안내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몇 년 전 여행지에서 짧게 만났던 사이지만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며 지냈던 것이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마리옹이 안내한 곳은 ‘크레페’집이었습니다. 한국에선 디저트 종류정도로 알려진 크레페를 먹는다고 하니 “저녁인데 정말 크레페를 먹는다고? 정말 그게 식사야?” 몇 번을 다시 물었는지 모릅니다. 가보니 왜 저녁식사로도 크레페를 먹는지 알겠더라고요. 흔히 봤던 과일과 견과류 등이 올라간 크레페 말고도 햄과 치즈, 연어 등을 올려 먹는 식사용 크레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크레페는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음식이라고 합니다. 식사용은 보통 메밀가루 반죽으로 만들고 갈레뜨(galette)라고도 합니다. 후식용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고 주로 초콜릿이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써서 달콤하게 먹습니다. 프랑스는 와인도 유명하지만 크레페에는 시드르(Cidre)혹은 사이더(Cider)라고 부르는 사과주가 잘 어울립니다. 도수는 낮지만 상큼하게 톡톡 터지는 탄산과 달콤하고 향긋한 사과향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또 다른 음식은 박선생님의 제자분께서 소개해 주셨어요. 파리에서 오래 사셔서 역사가 있으면서 유명한 식당으로 안내해주셨는데 캐쥬얼한 차림 보다는 조금 갖춰 입는 편이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에는 편안한 옷차림과 신발이 필수라 가방 안에 정장과 구두를 따로 챙겨야 했어요. 마침 오페라 근처의 식당이라 라파예트 백화점(Galeries Lafayette)의 넓은 화장실에서 변신(?)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지요.

파리는 바다와 떨어진 내륙에 있지만 의외로 싱싱한 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굴과 조개를 생으로 즐겨먹을 정도에요. 이날 주문한 메인 요리인 플라토 드 프뤼 드 메르(Plateau de fruits de mer) 역시 프랑스인들이 즐겨 찾는 메뉴라고 합니다. 커다란 얼음쟁반 위에 생굴, 게, 새우, 홍합, 생가리비, 새바지락, 고동, 작은 바닷가재 등이 푸짐하게 올라간 해물 모듬쟁반 같은 메뉴에요. 초장, 간장 대신에 레몬과 와인식초 드레싱 등을 곁들여 먹는데 상큼하면서도 바다내음 물씬 나는 게 화이트와인과 곁들여 먹기에 좋습니다.

프랑스에 왔는데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죠?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메뉴인 크렘 브륄레(cr?me br?l?e)를 시켰는데요, ‘불에 그을린 크림’이라는 뜻으로 바닐라 푸딩(커스터드)위에 구운 설탕이 코팅되어 있어 숟가락으로 톡톡 깨면서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Tip. 크레페 전문점 Cr?perie Framboise Champs Elys?es

샹젤리제 외에도 파리에 총 4개의 매장을 가진 크레페 전문점. 식사용과 후식용 크레페와 유기농 시드르(사과주) 세트 메뉴가 점심엔 13.50~16유로, 저녁은 19.90유로이며 단품은 10유로 안팍이다. 점심과 저녁시간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주의.
+주소: 7 Rue de Ponthieu, 75008 Paris, France
+전화:+33 1 74 64 02 79
+ http://creperieframboise.fr

글·사진 | 이선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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