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김을동의 ‘여성 밉상론’, 조부 김좌진이 들어도 황당한 발언

[이슈 인 심리학] 김을동의 ‘여성 밉상론’, 조부 김좌진이 들어도 황당한 발언

기사승인 2016-02-05 11:50:55
국민일보 김태형 선임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이어 이번에는 김을동 최고위원의 ‘말(言)’이 이슈를 모았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새누리당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 ‘여성, 개혁 앞으로!’에서 멘토로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한 전직 국회의장의 아내는 선거 때 대답이 ‘네네’ 딱 하나였는데, 그 전직 의장님이 전국 최대 득표로 당선됐다. 우리나라 정서 상 여성이 똑똑한 척을 하면 밉상을 산다. 인간 심리가 이상한데 자기보다 똑똑한 건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다가온다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 발언에선 우선 김 최고위원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 최고위원의 무의식엔 3가지가 존재하는 것 같다.

첫째는 며느리가 판사이고, 둘째는 자신이 당에서 여성 최고위원으로 있고, 셋째는 지난달 13일 취임 후 5번째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을 하지”라고 한 발언이다. 이 세 가지 무의식이 작동해서 ‘똑똑한 척 하는 여자는 밉상’이라는 논란을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1902년에 쓴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에서 ‘말실수(slip)’는 단순한 ‘실수(mistake)’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구(desire)’라고 했다. (똑같은 내용을 김무성 대표의 ‘연탄 발언’ 때도 이 칼럼에 쓴 적이 있다.)

알려졌다시피 김 최고위원의 며느리는 사회적으로 지식인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판사’이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과 동일시하는 아들(남성)에게 여성인 며느리가 많은 지식이 있더라고 순종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치인으로서 선거를 치러본 입장에서 국민의 힘을 남성의 힘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표를 얻어야 하는 후보로서 활동할 때의 모습은 순종해야 하는 ‘여성’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표를 주는 강한 힘의 남성 즉, 국민에게 똑같이 강한 힘(지식)을 가진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같은 여성으로서 대국민담화에 나와 박 대통령이 “내가 머리가 좋아서”라고 말해 비아냥을 받는 모습을 가슴에 담아두었을 것이다.

이런 세 가지의 무의식이 이번에 ‘여성 비하발언’ 논란을 만들어 낸 것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의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며느리들에게, 여성 정치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모든 여성에게 ‘가면’을 쓰고 살라는 ‘괴변’이나 다름 없다.

화병은 1994년에 정신병 진단의 매뉴얼 역할을 하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IV(DSM-IV)의 부록에 ‘Wha-byung(화병)’이라고 하나의 문화와 관련된 증후군으로 올라가 있다.

이 화병(火病)은 분노보다 더 오래되고 억제된 화가 병으로 자리 잡은 것을 말한다.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남편에게 “네 네”라고만 말하는 ‘가면을 쓴’ 아내가 되라는 말이기 때문에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전국의 며느리들을 화병으로 이끄는 발언이 될 수도 있다.

또 현재 여성 정치인들과 앞으로 정치인이 될 여성들의 ‘정치인식’에도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선거기간에만 국민들에게 ‘웃는 가면’과 ‘바보 가면’을 쓰고 인사를 다니면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 준 것이다.

지역 주민의 대표는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견의 타당성을 밝히고 조율하며 최선의 것을 뽑아 입법화하는 단계까지 이끌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할 여성 정치인들에게 ‘국민을 속여라! 선거 기간에만 잠깐 바보처럼 하니까 국민들이 속아서 투표해 주더라. 그러니 그때만 잠깐 가면을 쓰라!’고 왜곡된 정치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정치인 김을동 최고위원에게 독립기념관에 한번 가볼 것을 권유한다. 거기에 ‘김좌진’ 장군의 어록비가 있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단장지통 - 적막한 달밤에 칼머리의 바람은 세찬데 칼끝에 찬서리가 고국생각을 돋구누나 삼천리 금수강산에 왜놈이 웬말인가 단장의 아픈마음 쓰러버릴 길 없구나. 김좌진’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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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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