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칼을 빼들었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첫 제품을 생산한지 11년 만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고심 끝에 개성공단 운영을 이날부로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03년 6월 30일 개성공단이 착공식을 가진 이래 우리 쪽에서 먼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4월 8일부터 같은 해 9월 15일까지 중단된 이후 2년 5개월 만에 조업 활동이 중단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북한 도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이제는 단호하고 강력한 제재만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더욱이 우리 정부가 북한 도발 이후 국제사회에 강력한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해온 상황에서 우리가 말로만 대북 제재를 외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부터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 강력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북한이 핵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관계를 전면 차단해 안보 불안을 야기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조치가 결국 개성공단 영구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며, 현재로서는 남북 간에 남은 마지막 연결고리”라며 “남북 관계의 전면 차단이며, 남북 관계에 대결만 존재하고 교류와 협력은 존재하지 않는 냉전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5·24 조치로 남한 의존적 경제 틀에서 벗어났고,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역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이며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만 떨어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성 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꺼내 든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며 “안보 불안을 오히려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우리 기업의 손실만 초래하는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라고 혹평했다. 더민주와 비슷한 입장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김근식 통일위원장은 이날 논평에서 “개성공단 폐쇄 방침은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이며, 돌이키기 어려운 남북관계 파탄”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가동 중단 뒤) 북한은 개성공단 인력을 더 높은 임금으로 중국에 송출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을 아프게 하기보다 우리 기업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다시 공단을 재개하기는 어렵다”며 “정치·군사적 긴장에도 끝까지 지켜냈던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를 우리 정부 스스로 닫는 것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완전 파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