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32차원 데드풀, 응답할 준비는 됐나요

[쿡리뷰]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32차원 데드풀, 응답할 준비는 됐나요

기사승인 2016-02-11 17:09: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데드풀’을 보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 마블 유니버스의 데드풀은 32차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두 번째, ‘데드풀’ 영화는 마블 사가 아닌 20세기 폭스사가 제작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로 다시 태어난 데드풀은 저주에 의해 불로불사가 됐다는 설정이 삭제됐다. 그러나 32차원이라는 정신세계는 남았다. 단순히 데드풀이 ‘돌+아이’라는 설명은 아니다. 데드풀은 32차원을 넘나드는 히어로가 되어 바로 우리,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있는 3차원에도 말을 건다. 영화 ‘데드풀’을 보는 관객은 러닝타임 내내 데드풀이 거는 말에 쉴 새 없이 응답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데드풀’은 영화 ‘엑스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화 내내 데드풀은 지겹게도 엑스맨들과 엮일 셈인 것이다.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해결사 일을 하고 있는 용병이다. 이후 창녀 바넷사를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고, 청혼을 했으나 곧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암에 걸린 것이다. 이 때 슈퍼 히어로로 만들어 주고 암도 낫게 해 준다는 불법 단체의 꼬드김에 빠져 웨이드 윌슨은 위험한 히어로 실험에 자원한다. 모든 일이 마냥 행복하게 풀릴 리는 없다. 웨이드는 혈청의 부작용으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고, 대신 어떤 상처가 생겨도 금세 치료되는 힘을 얻는다. 그리고 웨이드는 자신의 약혼녀를 다시 찾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자신을 그렇게 만든 단체를 찾아 복수에 나선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히어로 영화의 골자가 대부분 그렇듯, 영화의 기승전결은 우리가 모두 예상하는 대로 흘러간다. 다만 ‘데드풀’은 다중액자식 구성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사건-비하인드 스토리 1-비하인드 스토리 2-다시 사건이 구성되는 식이다. 물론 32차원을 넘나드는 데드풀은 그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우리에게 중계한다. “잠깐, 남자친구가 이거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했는데? 하고 생각한 너에게 알려주지” 같은 식이다. 덕분에 그 모든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웃음은 옵션이다.

더불어 차원을 넘나드는 재주를 구사하는 덕분에 데드풀은 우리에게 다양한 웃음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주연인 라이언 레이놀즈, 바로 자신을 가리켜 “이봐, 라이언 레이놀즈가 정말 연기력만 가지고 상을 탔다고 생각해?” 하며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다. 또 라이언 레이놀즈가 과거 연기했다가 그야말로 ‘폭삭’ 말아먹은 히어로 영화 ‘그린 랜턴’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웃음 코드는 모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미국 영화계, 혹은 엑스맨 시리즈의 대부분을 꿰고 있는 관객이어야 즐겁게 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머 코드가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거침없는 액션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데드풀’은 애초에 잔혹성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제작비가 대폭 삭감됐다는 것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리고 그 화제만큼 데드풀은 관객의 액션에 대한 기대를 아낌없이 충족한다. 악당들의 머리는 통째로 잘려 데드풀의 발끝에서 축구공처럼 뻥뻥 차여 날아가며, 데드풀은 악당들을 내던져 피투성이로 만든다. 심지어 자신을 연행해가는 엑스맨들의 수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미묘한 화면 잘림이나 모자이크 없이 생생하게 관객들의 눈앞에서 중계된다.

어쨌든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친절한(?) 히어로다. 정의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안티 히어로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17일 개봉.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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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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