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종인 손 꼭 잡았던 2007년 정동영, 현재는 “철새 대표 안 돼… 공천권 쥔 고양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종인 손 꼭 잡았던 2007년 정동영, 현재는 “철새 대표 안 돼… 공천권 쥔 고양이”

기사승인 2016-02-22 12:41: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지난주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에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정동영 전 의원이 21일 SNS에 올린 글을 보겠습니다. 정 전 의원은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면서 김 대표에 대해 “민주 야당의 얼굴이자 대표가 될 수 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혹평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제1 야당의 대표가 어떤 자리인가. 살아온 삶이 야당의 적통을 이어갈 만한 분이어야 한다”라면서 “최소한 야당의 정통에 크게 어긋난 분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시며, 그리고 현재도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계시다”면서 “한술 더 떠 300만 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한·미 FTA 추진 주역을 당당하게 영입했다”며 김 대표를 정조준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의 고비마다 호남과 개혁·진보세력에 등돌린 채 커다란 아픔을 주셨다”면서 “그런 분을 삼고초려까지 해서 야당의 간판으로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에 앉혀놓은 분이 바로 문재인 전 대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예전 같으면 초·재선 그룹이나 개혁적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 ‘영입 반대나 퇴진 성명’을 내고 난리가 났을 것이고, ‘이 정권 저 정권 왔다 갔다 하는 철새 대표는 안 된다’며 식물 대표로 만들어놨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총선 공천권을 쥔 고양이 앞에 납작 엎드려 일제히 입을 닫아버렸다”고 김 대표와 더민주에게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심심하니까 글 한번 쓰는 거겠지 뭐. 개인의 글에 대해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 전 의원이 김 대표를 맹비판하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야권 성향 네티즌들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진영으로 각각 나뉘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야권 분열은 온라인도 예외가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22일부터 정 전 의원과 김 대표의 인연을 회자한 게시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실제 정 전 의원도 “저도 개인적으로는 잘 알고 경제 분야에서 자문을 얻은 적도 있다”고 적었습니다.

시간은 2007년 1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였던 정 전 의원이 후보 등록 후 첫 행사로 서울 봉천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취재진도 깜짝 놀란 인물이 정 전 의원 옆에 서 있었는데 바로 김 대표였습니다.

민주당 의원이었던 김 대표는 다른 당이지만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문인 ‘정통경제 선언’을 감수했습니다. 김 대표는 “읽어봐 달라고 해서 (기자회견문을) 몇 자 고쳐준 것이다. 합당됐으면 적극적으로 했을 수도 있는데”라면서 정 전 의원이 회견문을 낭독하는 내내 같이 서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었던 김 대표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제가 사숙하는 대선배” “김 선배” “저를 돕는 경제브레인들과 함께 정동영 경제드림팀 짤 것” “옆에서 든든하게 서 주시니까, 제 경제 선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으로 국민이 봐주실 것”이라고 무척이나 기뻐했습니다.

현재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정 전 의원과 김 대표의 과거 기사와 사진이 퍼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를 맹비판한 정 전 의원이 묘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당을 옮겨다닌 김 대표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게시물은 아닌 듯 합니다.

정 전 의원과 김 대표가 손을 꼭 잡은 사진을 보면서 역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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