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는 이유요? 루게릭병 환자들 살리기 위해서죠.”

“인터뷰 하는 이유요? 루게릭병 환자들 살리기 위해서죠.”

기사승인 2016-03-05 00:05:55

[인터뷰]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교수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유명인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이 게임의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왜 차디찬 얼음물을 뒤집어 쓰냐며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이 게임은 온몸이 마비되는 질환, ‘루게릭병’의 공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으로, 질환의 인지도를 알리고 루게릭병 협회에 후원할 수 있는 일종의 모금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전세계에 퍼져 한국에서도 루게릭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의 절반이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호흡재활센터 소장)를 찾는다. 그는 병원 내 루게릭병 환자들의 전용공간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인터뷰에서 루게릭병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에게 절실한 것이 누군가의 후원이었다.

강 교수는 “이 곳은 기부로 운영되는 곳이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의 절반이 이곳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늘 적자다. 기업의 후원이 끊어지면 호흡재활센터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항상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기부금이 줄어들 때마다 이 곳을 찾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야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만큼 환자를 정성껏 보는 곳도 없다. 스스로 호흡이 어려운 루게릭병 환자는 중환자실로 입원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한다. 또 폐렴을 유발시키는 가래를 제거하기 위해 환자의 기도를 절개하는 치료가 일반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강 교수는 루게릭병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 기도 절개를 최소화하고 있다. 강 교수는 “정신이 온전한 루게릭병 환자들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순간 온갖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된다”며 “기도를 절개하지 않고 절개관을 삽입하지 않는다면 환자들의 훨씬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은 치료법이 없고, 일반적으로 진단 후 호흡 근육이 서서히 마비돼 사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은 평균 생존나이 20세를 넘어 40세까지 사는 경우가 많다. 강 교수는 “교과서에 써있는 평균 생존나이를 의미가 없다. 관리만 잘 해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관리’는 호흡 재활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의 사망원인은 호흡근육이 서서히 마비돼 결국 호흡량이 부족해지고 기도 내 분비물이 기도를 막거나 폐렴을 유발하면서다. 강 교수는 기침유발기를 이용해 가래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환자의 안정적인 호흡을 되찾아준다. 강 교수는 “호흡재활만 잘 해줘도 앉아서 생활할 수 있다. 호흡보조기에 의존한 채 누워있을 때보다 앉아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훨씬 많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센터에서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거나 졸업한 루게릭병 환자들의 자립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런 삶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기업의 후원과 의료진의 노력이 있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필립스 등 기업이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고 있다. 강 교수는 호흡기에 의존한 채 누워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루게릭병은 얼마 못 살고 죽는 병이 아닙니다. 루게릭병 환우들 역시 보통의 청년들처럼 공부하고 대학에 가고 자신만의 꿈을 꿉니다. 환자들이 주어진 생애 안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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