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청래는 ‘막말’만으로 컷오프 됐을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청래는 ‘막말’만으로 컷오프 됐을까?

기사승인 2016-03-11 16:55:55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당 대포’를 자처하며 강성 개혁파로 활동해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습니다.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10일 총선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 2차 명단 발표에서 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언했습니다. 정 의원의 이름이 직접 거명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번 총선에서 ‘아웃’이죠.

정 의원의 공천 배제가 논란이 되자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처럼 (막말에) 챔피언 수준이 됐다”며, “정치인은 논란에 휩싸이면 곤경에 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나도 안타깝다. 왜 그렇게 발언을 해서 빌미를 주는가. 고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홍 위원장의 말처럼 정 의원의 발언이 그렇게까지 더민주에 해를 끼쳤는지는 다소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당에 해악을 가하고 사회적 이미지를 떨어뜨릴 정도로 그의 발언은 악수일색이었을까요?

그의 지지자는 많습니다. 다소 거친 발언을 ‘사이다’로 비유하고, 괴이한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풍자적 의미에 동조하며 지지의 뜻을 보내는 거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좌우나 피아(彼我)가 없는 거침없는 입담이 있습니다.

정 의원은 ‘SNS 스타’입니다. 본인의 SNS계정에서 하는 괴이하고 괴팍한 행보는 하나하나가 이슈거리입니다. 한번은 왼 손에 파를 든 사진을 올려놓고 “나는 좌파다 왼손에 파를 들면 빨갱이 좌파 입니까?”라 묻는가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가 담긴 잔을 왼손에 들고 빨대에 입을 갖다 댄 사진과 함께 “나는 좌빨이다. 왼손에 커피 잔 들고 빨대를 꽂아 마시면 종북좌빨 입니까?”라 되물었습니다. 꽤나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지만 많은 팔로워들은 “뼈 있는 농담”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2012년 정 의원은 전원책 변호사가 종북 좌파를 비판한 것에 대해 “머리가 빈 XX들이 거칠고 큰 소리로 주접을 잘 떤다”란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지자들이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유시민 같은 간신은 내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전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유대인이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며 비꼬았고, 12월경엔 “정청래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 명박박명”이라 남겨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개혁에 대해 “자기개혁부터 하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댁들(꼬꼬댁)의 거짓말에 국민들은 질렸다”며 신조어를 창조하더니, 그 표현이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들릴 수 있다는 종편방송의 보도에 “어디가 여성비하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루 종일 편파방송(꼬꼬방) 같으니라고!”라고 응대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대통령, 진짜 나쁜 대통령입니다. 빈 깡통처럼 소리만 요란했습니다”라 대놓고 질타했고,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말이야, 만날 조작하고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알아요?”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천배제의 ‘1등 공신’처럼 여겨지는 ‘공갈 발언’도 그의 거침없는 입담이 주된 원인입니다. 정 의원은 지난해 5월 주승용 최고위원을 겨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사퇴 유보를 비꼰 바 있죠. 직후 당 대표였던 문재인 의원은 정 의원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당 내부적으로 관련 사안이 논의되고, 징계도 이뤄진 셈이죠.

일각에선 정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품위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당 내부적으로 “뒤에서 총질을 해대는데 대표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겠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 의원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죠.

그러나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책임회피, 돌려 말하기를 일삼고 “잘 모르겠다, 조사해보고 발언 하겠다” 등 체면에 초점을 둔 발언으로 신뢰를 떨어뜨렸던 점에 비춰, 정 의원의 존재는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구나 그의 의정활동은 전체 국회의원 중 최상위권에 있고, 공약이행 또한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게 일관성을 보여 왔습니다. 단순 막말만으로 컷오프 당했다 하기엔 뒷맛이 씁쓸합니다.

어쨌든 더민주는 그를 총선에서 배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 차원의 적절한 뒷받침 없이 홀로 칼춤 추다가 토사구팽 된 투사’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정 의원은 공천 배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더민주의 결정이 정말로 탁월했는지는 어쨌든 한 달여 후에 가감 없이 공개될 것입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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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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