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뻔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보게 만드는 ‘대배우’들의 힘

[쿡리뷰] 뻔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보게 만드는 ‘대배우’들의 힘

기사승인 2016-03-21 17:36: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연극판에서 20년을 구른 배우 장성필(오달수)이 있다. 20년 동안 오로지 한 역할만 쭉 해왔다. 얼마나 대단하고 엄청난 역할이면 20년 내내 그 역할만 고수했을까 싶지만 그 정체는 개다.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 역만 20년. 듣고 보니 김이 빠진다.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는 러닝타임 108분 내내 그런 식으로 계속해 김을 뺀다. 그런데 이상하다. 웃긴다.

시나리오는 어쩌면 뻔하고 간단하다. 장성필은 계속되는 생활고에 지쳐 있다. 별 볼일 없는 배우지만 “그래도 사람은 착하다”며 그와 살던 아내마저 끝내 별거를 통보한다. 20년 내내 개만 했다보니 이제 와서 연기로 천천히 대성을 하겠다는 건 꿈도 꾸기 어렵다. 빠르게 스타가 되기를 원하는 장성필에게는 실낱같은 희망만 남아 있다. 20년 전 같은 극단에 있었지만 지금은 스타 배우가 된 설강식(윤제문)과의 인연을 빌미로 유명 감독 깐느박(이경영)의 신작 ‘악마의 피’에 출연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지만 결국 장성필은 깐느박 앞에 서는데 성공한다. 그 다음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다.

‘대배우’는 박찬욱 사단의 조감독으로 일해 온 석민우 감독의 입봉작이다. 보통 ‘000 사단’하면 예상할 법한 선배 감독의 그림자는 영화 안에 없다. 대신 석 감독은 웬만한 배우보다 더 유명인인 박찬욱 감독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웃음의 에센스롤 영화에 둘러쳤다. 이제는 클리쉐에 가까운 무명 연극인의 성공 스토리와 유명 감독이라는 단어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예상하곤 하는 시나리오의 ‘짬뽕’은 ‘대배우’로 진한 맛을 낸다. 감독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했고, 실제로 주연인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이 거쳐 온 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연배우 세 명의 연기 경력만 합쳐도 도합 70년이다. 새삼 이들의 연기력을 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인 감독의 열정과 경험에서 나오는 내러티브는 가끔은 부담스럽다. 그냥 지나쳐도 관객 모두가 짐작해낼 수 있을 만큼 흔한 이야기를 오래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힘은 현장의 생생함에서 나온다. 연극만 20년 해 왔고, 500페이지에 가까운 캐릭터 분석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장성필이 막상 현장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극 내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유명 배우와 감독들의 카메오는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대배우’들이 작은 오디션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프로필을 사서함에 집어넣는 모습은 “저들도 한 때는 그랬겠지”하고 관객에게 그들의 ‘장성필’ 시절을 짐작케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30일 개봉.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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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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