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기] 사흘 만에 완성한 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인

[그림 읽기] 사흘 만에 완성한 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인

기사승인 2016-03-24 00:05:56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양복 입은 두 명의 신사 사이에서 도도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누드의 여인이 있는 에드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1863>은 당시 전시 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지만 살롱전에서는 낙선된다.


당시에, 신화나 역사화가 아닌 일반 회화에서 누드 여성이 등장함으로 오히려 저속한 그림으로 취급받는다. 반면 모네는 마네와 동일한 주제를 그리려고 했는데 실물 크기의 인물 12명을 대형 캔버스에 담아서 마네를 넘어서려고 한다. 살롱전의 엄격한 평가에 적합하도록 그리던 7m 화폭의 <샤이, 풀밭 위의 점심>이 1866년 샬롱전 개최 직전에 완성될 수 없다는 현실을 모네는 직면하게 된다.

모네는 급하게 살롱전에 출품할 다른 작품을 구상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모네의 여인 카미유 동시외를 모델로 하여 그린 <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인>으로 사흘 만에 완성한다. 샬롱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급히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유연한 주름 사이로 표출된 줄무늬 묘사를 통해 드레스의 입체감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여인의 본질을 명확하게 표현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작품 그 자체다”, “간결하고 우아하며 사실적으로 표현된 인물...” 이라는 등의 넘쳐나는 호평을 받게 된다.

그 중 인물화 위주로 그림을 그렸던 ‘마네’와 이름이 비슷해 헷갈려서 평을 쓴 이도 있었는데 어느 카툰리스트는 <모네냐 마네냐 ? 모네다!>란 제목의 그림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러나 마네가 있음으로 해서 모네가 가능했다. 브라보, 모네! 고맙다, 마네!”

<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성공은 모네의 집념에 날개를 달아준다. 대형 초상화를 그리고자 한 계획을 초지일관하며 온전히 야외에서 그리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된다.

인생은 늘 엎치락 뒷치락 변화무쌍하다. 기쁠 때도 있지만 슬플 때도 있는 법. 인생이 그래서 새옹지마라 했던가. 뜻 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고 절박하고 긴박하여 다른 방법으로 선회했을 때,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 긴급한 상황에 마주대했을 때, 모네처럼 유연하게 다른 묘안으로 상황을 대처하는 것도 삶의 지혜로 받아 들여 보는 것도 좋으리라. vitamin@kukimedia.co.kr
vitamin@kukimedia.co.kr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