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한때 ‘친박’이었다가 이제는 ‘비박’으로 비루한 처지가 된 이들이 연일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경제를 가리지 않습니다.
오늘 오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비리 의혹을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64)은 “친박무죄, 비박유죄”를 외쳤습니다. 스스로를 ‘현 정권 탄생 기여자’라고 밝힌 그는 “정치게임의 희생자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해명은 꽤 구체적입니다. 서울고등법원 앞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혐의에 대해) 내 스스로도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면서, “잠시 경호임무를 맡았던 인물을 최측근 심복으로 둔갑시키고, 이권을 탐해 사직시킨 인물이 허위사실로 나를 고발하는 주인공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이 없는 듯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습니다. 그는 “청와대 정치기획자들의 3류 정치공작이 있음에 확신한다”면서,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를 앞두고 고발장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증거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4일 허 전 사장에 대해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6일에 있죠.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 사실상 구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근래 ‘친박’ 내지는 ‘진박’, ‘반박’이란 용어를 미디어상에서 꽤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용법의 사용이 과거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 초점이 친박보다는 반박에 주로 맞춰져 있습니다.
얼마 전 진박을 자처하며 당선이 유력시되는 총선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들이 후보등록에 실패한 뒤 줄줄이 “진박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반박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대구 동구을에서 새누리당 단수공천 받았다가 ‘무공천 지역’이 선언되며 후보등록에 실패한 이재만 후보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진박이 된 것도 특별한 경위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 테두리에 들어간 적이 없고, 그게 다 언론이 만들어 가 버렸고“고 말했습니다.
대구 동구을이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된 뒤 이 후보는 새누리 당사를 찾아 김 대표 등 최고위원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전박대’ 당했습니다. 이 후보는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정말 분하다”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죠.
마찬가지로 다수공천 받았다가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돼 은평을 출마가 무산된 유재길 후보는 아예 문구로 “나 진박 아니오”를 써 붙였습니다. 유 후보는 후보등록이 무산된 직후 공천자 대회가 열린 의원회관에서 ‘나는 친박-비박이 아닌 북한 민주화 운동가, 무공천은 위법’이란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습니다.
두 후보는 유영하, 정종섭, 추경호 후보와 더불어 ‘진박 5인방’으로 통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공천이 좌절되자 “도저히 수용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며 애초에 진박-비박을 논할만한 게 없었다며 반박하고 나섰죠.
친박이었다가 비박 내지는 반박이 된 원조는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입니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법 거부’를 한 끝에 결국 ‘비박’이란 낙인이 찍힌 채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바 있죠. 김무성 대표의 ‘옥새 탈환’으로 기사회생한 그는 암묵적인 ‘무소속 연대’를 이끌며 새누리당 재진입에 강한 열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근래엔 ‘존영’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애당심을 과시하기도 했죠.
‘친박 열전’은 13일 총선에서 일단락 될 전망입니다. 대구 달성과 대구 동갑에서 ‘한때 친박’과 ‘진박’이 맞대결을 펼치죠. 진박과 친박, 비박을 오가는 ‘웃픈’ 스토리,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군요.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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