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연기하다 말고 너무 예쁘니까 얼굴을 감상하게 되더라고요.” ‘해어화’(감독 박흥식)에서 연희 역을 연기한 천우희가 한효주에게 한 말이다. 예쁘다. 주역을 맡은 한효주의 얼굴부터 천우희의 생동감, 1943년의 경성 거리와 기생들의 치맛자락까지 모두 예쁜 영화다.
기생 딸로 나서 기생 학교인 권번에서 자란 정소율(한효주)은 어릴 적 아비의 빚 때문에 권번에 팔려온 서연희와 둘도 없는 동무다. 정소율에게는 일본으로 유학 간 정인 김윤우(유연석)가 있다. 유학에서 돌아온 김윤우는 알고 보니 최치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유행가 작곡가. 소율에게 사랑을 맹세하던 윤우는 소율의 동무 연희의 목소리에 반해 자신이 작곡한 유행가 ‘조선의 마음’을 불러주길 부탁한다. 연희는 결국 가수가 되기 위해 권번을 나가고, 정가를 기막히게 잘 부르지만 유행가에는 소질이 없는 소율은 연희를 자신도 몰래 질투하게 된다.
1943년의 경성을 배경으로 한 ‘해어화’는 결말까지 크게 나 있는 한 줄기의 길을 쉼없이 달려간다. 끝은 모두가 아는 파국이지만 거기까지 달려가는 길은 다소 거칠다. 시작부터 중반까지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이야기 속의 장면들은 모두 아름답고 예쁘지만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감정의 클라이막스는 난데없이 관객의 뺨을 후려친다. 영화가 인물들을 설명하는 방식은 친절하지만 섬세하지는 않다. 배우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의 배경을 섣불리 표현하려다 감정 과잉이 됐다. 입체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후반이 될 수록 그냥 나쁜 사람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어화’는 관객이 표값을 내기 아깝지 않을 영화다. 색을 최대한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경성의 거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당대의 한복들만 봐도 눈이 즐겁다. 조역 중 쓸데없는 인물들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옥향 역을 맡은 류혜영은 영화에서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장면마다 소율의 감정을 세련된 방식으로 건드리는 키 캐릭터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정가와 유행가들은 꽉 찬 최신가요에 지친 귀를 편안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들은 딱 알맞은 분량으로 쓰였다. “이렇게 큰 상을 내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난해 수상소감을 전한 천우희는 상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효주는 그림 같다. 오는 13일 개봉. 15세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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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한 보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