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베드신만 기대하고 간다고? 더 큰 기쁨을 발견하게 될 ‘아가씨’

[쿡리뷰] 베드신만 기대하고 간다고? 더 큰 기쁨을 발견하게 될 ‘아가씨’

기사승인 2016-05-26 14:40: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협상불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어떨까.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는 크랭크 인 전부터 화제가 됐다. 다름아닌 여배우들의 베드신 때문이다. 배우 김민희와의 상대역을 모집하는 오디션 공고 속 ‘노출 수위 협상불가’라는 문구는 영화에 대한 다소 비뚤어진 기대감만 키웠다. 박찬욱 감독이 그간 찍어왔던 영화들의 어려움 또한 한몫했다. 자연스레 ‘아가씨’는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어렵고, 무겁고, ‘엄청 야한’ 영화가 됐다. 개봉도 안 했는데! 정작 베일을 벗은 ‘아가씨’는 어땠을까. 놀라울 뿐이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는 쉽고, 배경은 아름답고, 재미있다. ‘아가씨’는 그냥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다.

1930년대 일제 치하가 배경이다. 애서가인 코우즈키(조진웅)에게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처조카 히데코(김민희)가 있다. 어릴 적부터 길러온 히데코의 유산을 목적으로 하는 코우즈키는 히데코와 곧 결혼할 예정이지만, 이를 노리는 백작(하정우)이 등장한다. 백작은 히데코를 꼬여내 결혼한 후 막대한 유산을 차지한 다음 히데코를 일본의 정신병원에 가둘 계획을 세운다. 히데코가 자신에게 빠지게 하기 위해 백작은 히데코의 하녀로 숙희(김태리)를 들여보낸다. 숙희는 조선 최고의 여도둑의 딸로, 백작의 계획이 성공하면 재산을 분할받기로 약속하고 저택에 들어간다.

저택에서 펼쳐지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된다.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속에서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한다.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간 숙희가 혼란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동안 이야기의 뒷면에서는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저택 안에서 일어나는 구역질나는 일들은 2부가 되고 3부가 돼야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온다. 관객들은 3부를 볼 때에서야 모든 퍼즐을 짜 맞출 수 있다. 이 복잡한 구조는 ‘아가씨’의 가장 큰 매력이다. 2부가 끝나는 순간 벌판을 달려가며 히데코가 풀어내는 나레이션은 ‘아가씨’를 관통한다. 거짓말로 가득한 저택 속에서 아가씨가 ‘구원자’를 찾아내는 과정은 짜릿하다.

파격적인 노출을 감수한 베드신은 흔히 개봉 후 대부분의 영화에서 베드신 하나만이 유리되고 소비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아가씨’의 베드신은 영화에서 분리해내기 쉽지 않다. 노출보다는 아름다움이 앞서고, 하나의 장치로서 동작하는 면이 크다. 베드신만을 기대하고 간 관객들은 ‘아가씨’에서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흔히 “다른 사람이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김민희가 없는 ‘아가씨’는 상상할 수도 없다. 김민희가 펼쳐내는 히데코의 스펙트럼은 넓고 깊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숙희 역에 선발된 김태리는 마스크 하나로 관객을 설득한다. 숙희를 보는 관객은 ‘아가씨’가 끝났을 때 자신이 어느 새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의 무거움을 들어내는 것은 하정우와 조진웅의 몫이다. 그리고 이 모든 밸런스를 훌륭하게 맞추어낸 것은 박찬욱 감독이다. “나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박찬욱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음은 ‘아가씨’로 증명된다. 재미있고, 짜릿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볼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 다음달 1일 개봉. 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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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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